'용' 기운 받게 될 IT CEO- 최수연·정신아·유영상·황성우·김택진·김연수 '집중'
용의 해에 태어난 재계인들이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한국 경제를 이끈다. IT CEO들은 '청룡의 해'를 맞아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로 DX(디지털전환)를 가속화하며 '비상'을 꿈꾼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청용띠 재계 총수들과 청용의 해를 기회로 삼는 CEO들이 각각 '불확실한 경영환경 돌파'와 'AI 산업 고도화 주도'를 목적으로 한해를 시작한다.
◆재계 '청룡 총수'- 김승연·최창원·구자은·조원태, 중후장대 '주목'
주요 용띠 인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창원 SK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으로 중후장대 분야에 포진했다.
용띠 재계인 중 맏형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M&A(인수합병)를 통해 한화그룹을 재계 7위까지 키운 승부사로 평가 받는다. 다만 올해는 경영일선에서 활약보다 분야를 나눠 그룹을 끌고 있는 세 아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우주·조선·에너지,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3남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레저·로봇 사업을 맡아 그룹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그중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2년 반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승계 속도가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도 대통령 순방 등 주요 공식석상에 김동관 부회장을 참석시키며 경영승계에 힘을 실었다. 대신 신년사 또는 창립기념사를 통해 경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최근의 지속적인 사업재편과 M&A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64년생인 최창원 SK 부회장은 올해 활약이 주목되는 용띠 재계인이다. 그룹 2인자 자리에 올라 사촌형인 최태원 회장과 함께 쇄신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2023 CEO 세미나’ 폐막연설에서 ‘서든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7년 만에 언급한 뒤 연말 인사에서 주요경영진을 물갈이 했다. 당시 인사에서 조대식·박정호·김준·장동현 등 4인의 부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났고 최창원 부회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오너경영 강화와 경영 위기극복 차원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투입할 자금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과 동갑내기인 구자은 LS 회장은 ‘비전 2030’ 실현에 속도를 낸다. 구 회장이 지난해 선포한 ‘비전 2030’에는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는 2030년까지 그룹 자산총액을 약 2배인 5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가 담겼다.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S그룹은 3형제 집안이 9년을 주기로 돌아가며 총수를 역임한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2021년 총수직에 올랐다.
구 회장이 제시한 ‘비전 2030’의 핵심은 탄소중립(CFE, 넷제로) 선도와 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이다. 그는 이 분야에 2030년까지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LS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초 5조원 안팎에서 연말 9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2차 전지 계열사 LS머트리얼즈도 지난해 12월 상장 후 3일 만에 공모가 대비 시가총액을 5배가량 늘렸다.
1976년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는 올해 꼭 주목해야 할 재계 용띠 인사다. 그는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통해 ‘메가 케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을 꾀한다.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의 심사만 남은 상황이다. EU경쟁당국은 심사과정에서 문제로 삼았던 ‘화물사업 독점’이 해소된 만큼 올 2월경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해 독과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플랜B 없이 뚝심을 갖고 M&A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면 자산 40조원의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IT '용이 될 CEO'- 네카오·SKT·삼성·엔씨·한컴, 생성형AI 놓고 '격돌'
포털‧통신‧SW(소프트웨어)‧게임‧중소기업 등을 이끄는 IT(정보통신기술) 업계 CEO(최고경영자) 6명이 AI 산업 고도화에 본격 나선다.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성 리더십을 앞세운다. SK텔레콤은 'AI컴퍼니' 전환에 속도를 낸다. 삼성SDS는 지식업무 분야 생성형 AI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엔씨소프트는 생성형 AI 모델 확장에 나서고 한글과컴퓨터는 AI를 활용해 글로벌 공략을 강화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 단독 대표 내정자는 토종 포털 자존심을 걸고 AI 생태계 확대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2023년 8월 한국어에 특화된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최 대표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 X', 생성형 AI 검색 '큐(CUE:)'를 잇따라 선보이며 이용자 확대에 나섰다. 최 대표는 올해 큐를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고 멀티모달 LMM(거대언어모델)을 적용해 네이버만의 생성 검색 경험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정 카카오 신임대표는 쇄신과 함께 AI 존재감 키우기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정 신임대표는 카카오벤처스 대표 당시 AI와 로봇 기술, 모바일 플랫폼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한 경험을 적극 살린다. 그는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한국어 특화 LLM 'KO GPT 2.0'와 'AI 콘텐츠봇'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AI 피라미드' 전략을 강화하는 한해로 만든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AI 피라미드 전략은 자사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묶는 전략이다. 유 대표는 △AI인프라 △AI전환(AIX) △AI서비스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유 대표는 "AI 피라미드 전략의 실행력을 극대화해 변화와 혁신의 결실을 가시화하는 한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지식업무 분야에서 '하이퍼오토메이션(초자동화) 혁신'을 주도한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2021년 취임한 이후 AI 전환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3년 9월 선보인 지적 작업 자동화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 클라우드 시스템에 생성형 AI 결합을 가속화하는 플랫폼 '패브릭스' 등은 1분기 내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에도 생성형AI를 접목해 디지털 물류 사업 경쟁력도 강화한다. 첼로스퀘어에서 문의사항을 생성형AI로 구동하는 방식이다.
엔씨는 자체 개발한 AI 언어 모델 '바르코(VARCO)'를 필두로 AI 분야에 성과를 낸다. 엔씨는 2024년 창사 첫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와 함께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가 함께한다. 박 신임대표는 김 대표와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이다. 박 신임대표는 기업 M&A(인수·합병) 전문 변호사 등을 거친 경력을 바탕으로 M&A를 통해 AI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바르코 LLM을 더욱 다양한 업종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최근 스마트카 플랫폼 전문기업 '오비고'와 협력해 바르코 LLM을 기반으로 한 차량용 AI 개인 맞춤형 서비스 '오비고 브리핑'을 글로벌 IT 박람회 'CES 2024'에 선보인다.
한글과컴퓨터는 글로벌 시장 도전의 시기로 정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생성형 AI 비서인 '한컴 어시스턴트' 베타 버전을 올해 상반기 선보인다. '한컴 어시스턴트'는 스마트 문서 작성 엔진을 기반으로 여러 LLM과 연결돼 동작하는 AI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다. MS(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과 유사한 형태로 자연어로 명령하면 LLM을 거쳐 말뜻을 이해하고 의도를 분석해 자동으로 문서 생성을 돕는다. 김 대표는 '한컴 어시스턴트'를 시작으로 AI 사업을 본격화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신아일보] 장민제,윤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