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리 인하 따른 심리적 요인에 회복세
올해 집값이 '상저하중(보합)'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에는 PF 위기와 거시경제 침체 등에 따라 현재 추세를 이어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심리적 요인에 따라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과거 집값 상승기와 비교해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아 집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4일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올해 집값은 전국 평균 1.5% 내리고 수도권은 평균 0.3% 하락할 전망이다.
주산연은 고금리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조달 애로, 부동산세제 완전 정상화 지연 등으로 집값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향 조정과 경기 회복, 연말까지 누적될 공급 부족과 가구 분화 적체 등에 따라 올해 중반부터는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보합 또는 강보합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올해 전국 집값 2% 하락과 수도권 집값 1% 하락을 내다봤다. 건산연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택 구매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리와 가격 수준,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시장이 부진한 만큼 거래 활성화가 지속되리라 기대하기 어려우며 1주택자의 이동 역시 시장을 부양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1% 내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 약세가 지속되고 공급 여건이 악화하는 등 가격과 거래, 공급이 동반 약보합을 보이는 '불황형 안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기준금리 움직임에 따라 '상저하중(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있지만 한·미 기준금리 갭이 최대 2%p인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시차를 두고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다. 이에 따라 상반기 집값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미국은 빠르면 3월 정도라고 하지만 2%p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우리는 상반기 금리 인하는 쉽진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거래량이라든지 전반적인 구매 심리, 금리 인하 시기를 고려하면 상반기에 풍부한 구매 수요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국내 기준금리가 내리더라도 주택 구매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3.5%인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내리더라도 여전히 3%대 고금리라는 설명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전 국내 기준금리가 3%를 넘겼던 건 약 11년 전인 2012년 7월이다.
여기에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신청으로 위기감이 커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과 관련해 부담이 있는 은행권은 쉽게 대출금리를 낮출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3.25%나 3.0%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고금리"라며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심리적 요인 때문에 거래가 되는 것이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거나 이자가 떨어져서 주택시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PF 이슈 때문에 기준금리는 떨어지는데 가산금리는 높아져 소비자들이 느끼는 금리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상반기에는 PF 위기 이슈가 많이 잠식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는 전반적인 경기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