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모펀드 '한앤코' 승소 판결…3년 분쟁 종지부
2021년 '불가리스 사태' 불씨 번지며 법적 공방 지속
2세 홍원식 회장 '쌍방대리' 주장 불구 1·2심 내리 패소
국내 유업계 빅(Big)3이자 60년 역사의 남양유업 주인이 바뀌게 됐다. 2021년부터 시작된 오너 2세 홍원식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이 4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1·2심과 동일하게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원고인 한앤코 측이 피고인 남양유업 오너인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을 이날 열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홍원식 회장이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임하고 한앤코에 지분 53.08%를 넘기는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한앤코가 홍 회장의 경영권 양도 지연과 백미당 분사 등의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시사 등의 이유를 들어 같은 해 8월 소송을 걸었다. 홍 회장 역시 한앤코의 약정 위반 주장과 함께 매매 계약을 해지하면서 경영권을 두고 양측의 법적 공방전은 3년 여간 지속되다가 오늘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22년 9월 1심에서 법원은 한앤코 승소 판결을 내렸고 홍 회장 측은 즉시 항소했다. 이어 2023년 2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변론 재개 사유 없다”며 홍 회장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홍 회장 측은 그간 ‘쌍방대리’를 집중 부각시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해왔다. 쌍방대리는 계약 당사자의 법적 대리를 동일한 대리인이 모두 맡아 계약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외 모두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중개자 함모씨에게 추천받은 로펌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한앤코 역시 김앤장의 다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홍 회장은 김앤장이 양쪽의 쌍방대리였다는 점을 몰랐다는 주장이고 한앤코는 사전에 내용을 알렸다는 입장이다.
그간 1·2심은 양측 법률대리인을 ‘사자(심부름꾼)’로 판단해 주식매매계약이 무효라는 홍 회장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률대리인이 사자에 불과하다는 원심 판단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주식매매계약 목적물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상황이라는 점, 피고 측이 매매대금에 대한 협상·결정을 직접 하면서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한 점을 비춰볼 때 관련 법 조항(민법 제124조 및 변호사법 제31조 1항)을 위반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종결됐다. 남양유업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인수 절차를 밟아 그간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은 만큼 경영 정상화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남양유업도 경영 정상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결로 구성원 모두는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