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더모아' 카드 약관 변경 추진…소비자는 '반대'
신한 '더모아' 카드 약관 변경 추진…소비자는 '반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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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악용 사례로 전체 소비자 권익 침해 지적
신한 더모아 카드. (사진=신한카드)
신한 더모아 카드. (사진=신한카드)

역대급 혜자 카드(혜택이 높은 카드)로 불렸으나, 포인트 부정수급 등으로 논란을 빚은 ‘신한 더모아’ 카드가 약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신한카드가 몇몇 부정 사용자 문제 해결을 위해 대다수 일반 소비자 권익을 모르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일부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카드 및 보험사의 악용 사례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약관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더모아 카드 상품과 관련해 약관 변경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검토 중이다.

더모아 카드는 신한카드가 지난 2020년 11월 출시됐다. 당시 유행하던 주식투자 열풍과 ‘짠테크’(짠돌이+재테크)를 겨냥한 상품으로,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모두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것이 혜택 핵심이다.

예를 들어 5900원 결제 시 1000원 단위 미만인 900원을 카드 포인트로 되돌려 받는다. 포인트 적립은 월 적립 한도와 횟수 제한이 없다. 동일 가맹점에서 포인트 적립은 1일 1회만 가능하다는 최소한의 제한만 걸렸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와 연계해 쌓인 포인트를 달러 예금이나 해외투자 가능 계좌에 연결해 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가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이신한포인트로 자동 적립된다.

신한카드는 상품 출시 당시 더모아 카드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3곳이 협업해 만든 복합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더모아 카드 가입자 수는 40만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모아 카드는 한도 제한 없는 적립이라는 특성 때문에 카드사가 손해를 보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이 상품으로 인해 신한카드가 본 누적 손실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더모아 카드 혜택과 조건이 워낙 좋다 보니 포인트 부정수급을 노린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단순 유리한 혜택만 챙기려는(체리피킹) 소비자를 넘어서, 조직적인 악용을 통해 포인트를 과도하게 쌓은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해 말 일부 약사들과 가족, 지인 890명이 서로 각자의 매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부정결제를 일으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A약국 주인이 B약국에서, B약국 주인이 A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부정수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약사 1명이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포인트를 적립한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

신한카드는 2021년 12월 더모아 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기존 발급된 카드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027년까지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버티지 못한 신한카드는 꾸준히 혜택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정책 변경을 통해 더모아 카드 분할결제를 제한하려다가 소비자 민원을 받아 철회했고, 지난해 말에는 금융당국에 약관 변경 심사를 청구해 현재 심사 중인 상황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일부 악용 사례 때문에 전체 소비자 권익이 침해받는 것”이라며 "카드사가 결국 약관 변경을 하더라도 소비자 동의를 받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지적했다.

한편 신한카드 약관 변경 추진에 대해 일부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는 반대 움직임이 거센 상황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 'A'씨는 "(신한카드 사례는) 매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카드, 보험 등 일단 가입 시켰다가 손해나거나 날 거 같으면 약관 변경으로 가입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주장에 수십명의 누리꾼이 추천과 댓글로 '약관 변경 반대'에 힘을 실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