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등 수익성 높은 상품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
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올해 본격적으로 메리츠화재를 이끌게 된 김중현 대표는 3년 내 손해보험업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정했다. 김 대표는 특히 그간 메리츠화재 아픈 손가락이었던 자동차보험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조54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25.2%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에 순익 감소를 겪은 DB손해보험(1조5367억원)을 제치고 손보업계 2위로 올라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분기 흐름을 보면 메리츠화재 성장은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2787억원)만 놓고 보면 업계 1위다. 2020년 1분기 이후 16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상이라는 성과도 냈다.
김중현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게 된 만큼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사실상 올해가 경영 1년차인 셈이다. 김 대표는 1977년생으로 아직 40대인 보험업계 최연소 CEO(최고경영자)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와 동갑이지만, 대형 손보사로 범위를 좁히면 김 대표가 가장 젊다.
김 대표는 메리츠화재가 약세를 보였던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공격적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는 그동안 장기인보험에 집중하고 자동차보험은 디마케팅(영업축소)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대형 손보사 중 자동차보험 몸집이 가장 작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자동차보험 수익은 13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이 3211억원, 현대해상 2010억원, 삼성화재가 1900억원을 벌어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다른 회사들은 자동차보험 수익이 전년 대비 15%가량 증가했지만, 메리츠화재는 되레 1년 전(285억원)보다 반 토막 났다.
김 대표는 올해 자동차보험 온라인 비교·추천 플랫폼이 등장한 것을 기회로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은 김 대표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2015년 메리츠화재 입사 후 2019년까지 회사 자동차보험팀을 총괄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열린 메리츠금융 콘퍼런스콜에서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온라인시장에서 보수적이었지만, 최근 네이버 카카오 통해 자동차 비교견적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경쟁기회가 열렸다”며 “사업초기단계라 시장규모는 미미하지만, 플랫폼 시장점유율 16% 이상 성과얻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외에도 김 대표는 장기보험 시장에서 암보험 등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보험 신계약시장은 올해 2월까지 전년 대비 매월 20% 성장 중이다.
다만 출혈 경쟁은 벌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쟁이 치열한 장기보험은 상품 기준으로는 무해지 상품, 담보기준으로는 수술비 등 생존담보와 함께 최근에는 일당 담보 등이 있다.
김 대표는 해당 상품과 담보 수익성이 매우 낮고 장기적으로 회사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펫보험과 생활밀착 담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콘퍼런스콜에서 “수익성이 좋은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역마진이 나는 시장에서는 이익 범위 내에서 접근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메리츠화재가 3년 내 전속과 비전속 영업 시장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