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유통잇슈] 신세계 '정용진 시대' 개막, '큐텐 구영배'의 파죽지세
[월간유통잇슈] 신세계 '정용진 시대' 개막, '큐텐 구영배'의 파죽지세
  • 김소희·정지은 기자
  • 승인 2024.03.29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간유통잇슈’는 유통업계 담당 기자들이 한 달간 주요 이슈와 화제를 골라 핵심만 명료하게 짚어주는 ‘정리 정돈된’ 기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유통 뉴스들 중에서 ‘이것’만 알고 있어도 한 달 동안 업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가볍게 되새길 수 있다. <편집자 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부회장 재임 당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부회장 재임 당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2024년 3월 유통업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체제가 된 직후 이마트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에 더해 AK플라자의 온라인사업 부문인 AK몰을 인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는 1조5000억원 규모의 물류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폭등한 사과를 비롯해 농수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풀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18년 만에 회장 승진
강력한 리더십 필요…책임경영 논란 속 이마트 구조조정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8일 정용진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2006년 부회장 취임 후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다양한 위기요인을 정면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 역시 부회장이었던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 번 바로 세우자. 비효율을 거두고 이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취임과 함께 ‘신상필벌’에 원칙을 두고 인사시스템 개선에 돌입했다. 성과를 내지 않는 경영진이라면 언제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는 이달 25일 창립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이유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권리는 누리면서 의무를 등지고 있다”며 ‘책임경영’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18.56%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1년에 약 18억원의 보수를 받고 있으며 100억원가량을 (현금)배당받고 있다. 다만 상법상 규정된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 회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큐텐, '티·메·파크·위시' 이어 AK몰도 인수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상품·플랫폼 경쟁력 강화 기대

구영배 사장이 이끄는 큐텐(Qoo10)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큐텐은 구 사장이 2010년 싱가포르에서 창립한 회사로 전 세계 24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다.

구영배 큐텐 사장이 포즈를 회사 CI 앞에서 취하고 있다.[사진=큐텐]
구영배 큐텐 사장이 포즈를 회사 CI 앞에서 취하고 있다.[사진=큐텐]

큐텐은 이달 27일 AK플라자와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인터넷쇼핑몰 AK몰의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큐텐은 백화점 상품으로 온라인 사업을 펼치는 AK몰의 강점으로 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큐텐은 2022년 9월 티몬, 2023년 3월 인터파크커머스, 4월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내 점유율을 10% 안팎(업계 추정치)으로 늘렸다. 큐텐은 이후 △티몬 특가 마케팅 △위메프 오픈마켓 영향력 △인터파크커머스 셀러·고객 유치 노하우 등 플랫폼별 강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유기적 결합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가 보유한 글로벌 커머스 역량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제고해 왔다. 지난달에는 200여개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유럽·미국 기반의 ‘위시(Wish)’도 인수했다.

구영배 사장은 위시 인수 당시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포괄적 쇼핑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선도적인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층 더 다가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커머스 메기' 알리, 韓 물류센터 건립 공식화
3년간 1.5조 투자 계획…수수료 무료 등 셀러 확보 총력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이달 중순 한국 정부에 3년간 1조5000억원(11억달러)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연내 국내에 18만제곱미터(㎡, 약 5만4450평) 규모의 물류센터 확보 △한국 셀러(판매자) 글로벌 판매지원 △교환·환불 등 고객 보호 강화 등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가 국내 판매자와 소비자 보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가 국내 판매자와 소비자 보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업계는 한국 내 물류센터 운영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중국 현지 집화를 시작으로 웨이하이항 물류센터 입고, 중국 통관, 한국 통관 등을 거쳐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물류센터가 있으면 중국 집화부터 한국 통관 단계가 생략돼 배송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업계는 물류센터가 가동된 후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셀러·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10월 론칭한 코너 ‘K-Venue(케이베뉴)’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수수료 면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고객들을 겨냥해서는 이달 18일 총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000억 페스타’를 시작했다.

한편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은 27일 ‘전 국민 쿠세권’을 위해 3년간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에 침투하고 있는 알리에 맞불을 논 것이다.

◇정부, 예산 1500억 풀어 과일가격 안정화 
사과 소매가격 12% 하락…대형마트 3사 동참

최근 먹거리 물가 상승에 멈춤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사과가격이 3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사과 한 알에 5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애플리케이션(사과로 인한 물가상승)’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 대형마트 내 과일 매대에 사과 등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 내 과일 매대에 사과 등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 755억원, 할인 지원 450억원 등 총 1500억원을 투입했다. 사과 납품단가 지원액은 킬로그램(㎏)당 1000원에서 4000원까지 올랐다.

그 결과 사과와 배 소매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 사과 소매가격은 부사 품종 상품을 기준으로 10개당 2만4250원이었다. 이는 일주일 전인 15일(2만7424원) 대비 11.6% 낮다.

여기에 유통업계도 동참했다. 장바구니 물가안정 첨병을 자처한 대형마트는 주요 농수산물 가격 할인에 이어 초특가 한정 판매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마트는 16일과 17일 태국산 망고를 4개 1만원에 하루 1200개 한정 수량으로 팔았다. 홈플러스는 1일과 2일 전 점포에서 신안 대파를 1단에 1990원씩 하루 7000단을 내놨다. 롯데마트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시내 14개 점포에서 ‘착한 가격 사과’를 박스당(2.5㎏) 9990원으로 선보였다.

ksh333@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