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티어 도약 위해 할 일 많아"…'한미그룹 발전·성원' 입 모아
한미그룹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이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약 2개월 반 동안 벌어진 모녀와 장·차남 간 싸움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한미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신텍스)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의결권 위임장 등의 확인 작업이 길어지면서 예정됐던 오전 9시보다 약 3시간30분 늦어진 12시30분경에 개회됐다. 주총장에는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OCI그룹 지주회사) 회장,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 등이 참석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주총은 2023년 12월31일 기준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 6776만3663주 중 88.0%에 해당하는 5962만4506주(위임장 포함, 총 2160명)의 참석으로 성립됐다.
이에 따라 상정된 안건의 심의도 이뤄졌다. 특히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이 속한 이사회 측 후보와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 등이 포함된 주주 측 후보를 대상으로 한 이사선임 안건이 화두였다. 양측의 제안 중 주주의 선택을 받는 측이 한미그룹을 장악하는 것과 다름없어서다.
때문에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 측은 본 주총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지속 발표하는 것은 물론 잇달아 주주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양측은 각각 국민연금기금과 키맨으로 불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아군으로 확보했다. 주총 전까지 파악된 양측의 지분 차이는 약 2.0%포인트(p)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표 결과 △사내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 △사외이사 사봉관 등 주주 측 후보들에 대한 선임안건이 원안 가결됐다. 임종윤 전 사장 선임 안건은 출석 의결권 수의 52%,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46%로 보통결의 요건(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수)을 충족했다. 임종훈 전 사장 선임 안건 역시 각각 51.8%와 45.6%로 집계됐다.
반면 △사내이사 임주현 △사내이사 이우현 △기타비상무이사 최인영 △사외이사 박경진 △사외이사 서정모 △사외이사 김하일 등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 후보들은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주주들의 선택은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이었다. 이로써 파국으로 치닫던 한미그룹 오너가(家)의 갈등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은 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어머니·여동생과 같이 가길 원한다”며 “신동국 회장을 비롯해 우릴 믿어준 주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시가총액) 50조원 티어(tier)가 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한미그룹이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은 주총을 일주일 앞둔 이달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이익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비 △비용 투입 부서 매각 등을 통한 조직 개편 △건전한 재무구조 확립 △순이익 1조원 달성 △저평가된 기업가치(주가) 제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준 주주들과 전·현직 한미그룹 임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한미그룹에 대한 성원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은 무산됐다.
두 그룹은 올해 1월 12일 통합에 합의하는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체결했다. 통합 방식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각 지주회사 지분 10.4%와 27.0%(구주·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는 것이다. 두 그룹은 이를 통해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글로벌 톱티어 도약 이룬다는 목표다.
하지만 두 그룹 통합을 주도하던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않으면서 통합은 물거품이 됐다.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통합 중단’을 발표했다. OCI그룹은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 통합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앞으로 한미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