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험 정조준…“‘사업의 판’ 확장”
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는 올해 ‘제3보험’ 시장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삼성화재에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내고 올해 친정에 복귀한 만큼, 손해보험 장점을 생명보험에 이식하고 ‘사업의 판’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홍원학 대표는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됐다.
홍 대표는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 특화영업본부 등을 거쳤다. 2020년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화재 대표를 맡았다가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각 업계 1위 자리를 지킨 삼성 양대 보험사 대표를 모두 역임해 생·손보 전문가로 거듭만 만큼, 홍 대표는 삼성생명에서 업권을 뛰어넘는 사업 구상을 그리고 있다.
홍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 “이제부터는 모든 개념과 관점의 외연을 확장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금융과 제조, 기술과 서비스까지 서로 다른 전 영역을 ‘연결’해야만 하는 시대”라며 “이렇게 ‘사업의 판’을 확장하면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소비자와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본업과의 시너지도 창출하는 등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생명이 올해 초부터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제3보험’ 시장이다. 삼성생명은 올들어 건강상해보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때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어 어느 한 분야로 분류하기 어려운 특성 탓에 생·손보사 모두 취급한다.
제3보험은 손보사가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시장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수입보험료 기준 손보사가 제3보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3%에 달한다.
홍 대표가 삼성생명에 돌아온 것도 손보사 대표를 역임하며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제3보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올해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건강보험 비중을 60%로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새 먹거리 창출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자산운용을 미래 사업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1년 영국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세빌스 IM 지분을 25% 취득했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인프라 투자전문 운용사인 메리디암 지분 20%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해외 대체투자 부문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요양 서비스도 삼성생명이 눈여겨보는 새 사업 분야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진행된 조직개편을 통해 기획실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요양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해 노후 건강과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삼성생명이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건강자산 프로젝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이 요양사업을 본격화한다면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운영하는 노블카운티와 같은 고급 실버타운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는 신년사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과 획기적인 소비자 유입을 실현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신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도 전사적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