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주문에 버거 뮤직 마케팅, 주방로봇 도입 등 '빠른 행보'
롯데그룹 산하 외식사(社) 롯데GRS(지알에스)가 질적·양적 성장을 지속하며 그룹 안팎으로 존재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올해에는 신동빈 그룹 회장의 ‘AI(인공지능)’ 특명에 발맞춰 이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또한 최근 설립한 미국법인을 통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대표 브랜드 ‘롯데리아’ 현지 출점을 추진하고 K버거 가능성을 시험해볼 방침이다.
◇3년여 만에 송파 신사옥 이전…모그룹과 '근거리 소통'
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GRS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18.3% 늘어난 9242억원으로 1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2022년(15.7%)에 이어 2년 연속 성장세다.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 17억원과 비교해 무려 1118.2% 급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역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5%와 비슷한 2.3%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만 해도 매출액은 6000억원대에 250억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을 냈던 롯데GRS다. 올해 실적은 연매출 1조원 돌파가 목표다.
이 회사는 2020년 11월 그룹 임원인사 이후 차우철 대표 체제에서 주력인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따른 점포 경쟁력 강화, 사업 포토폴리오 재편, 내실 경영에 힘쓰면서 질적·양적 성장을 거뒀다. 최근에는 인천공항 등 컨세션 사업을 확대하고 ‘쇼콜라 팔레트’, ‘파머스박스’ 등 신규 브랜드 육성에 나서는 한편 자체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 ‘롯데잇츠’를 회원 수 300만명 이상으로 늘리며 온라인·디지털 사업 역량을 쌓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GRS는 이달 서울 송파 삼전동 신사옥 ‘79 스퀘어(SQUARE)’로 근거지를 옮겼다. 서울 용산 갈월동에서 2021년 6월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타워로 사옥을 옮긴 지 3년여 만에 그룹 본사가 있는 잠실 인근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모그룹 및 주요 계열사들과 지근거리에 있는 만큼 독산동 사옥과 비교해 소통과 시너지 면에서 더욱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 결합 신제품 개발 추진…버거 본고장 진출
신동빈 회장은 올해 그룹 전 계열사에 AI 활용을 적극 주문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일상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AI 트랜스포메이션(AI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사업 혁신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독려하면서 롯데만의 AI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롯데GRS는 신 회장의 ‘특명’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작년 7월부터 5개월 간 롯데리아 브랜딩 강화 차원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버거 뮤직(BGM)을 선보이며 마케팅 차별화에 성공했단 평을 얻었다. 그해 말 ‘2023 대한민국광고대상’ 이노베이션 부문 은상까지 수상했다.
또 2021년부터 주방 자동화 개발 모듈 구축에 착수한 후 지난해 국내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Aniai)와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 그릴’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 2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단지점에 도입했다. 알파 그릴을 활용하면 햄버거 패티 쿠킹 작업이 기존 5분에서 3분가량 단축돼 직원 노동 강도와 작업 효율성 개선에 큰 몫을 한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네온테크와 F&B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 적용을 위한 MOU를 맺고 올 하반기부터 롯데리아 매장에 튀김 로봇을 도입한다.
롯데GRS는 이와 함께 AI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AI를 활용한 트렌드 분석, 브랜딩 등이 골자다. 롯데GRS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 빅데이터 분석 및 생성형 AI 결합을 통한 신제품 개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준비 중”이라며 “AI를 활용한 아이데이션(키워드·이슈 파악·시장조사)과 브랜딩(네이밍·디자인) 등으로 매출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GRS는 지난해 말 미국법인(LOTTEGRS USA)을 설립했다.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법인이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를 앞세워 그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중심으로 사업을 넓혀왔다. 미국법인 설립은 햄버거 본고장에서 롯데리아를 선보여 K버거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법인은) 현지 시장조사와 함께 진출 지역 검토를 하고 있다”며 “출점 시기를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쯤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