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
4‧10 총선을 기점으로 여야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188석 압승을 거둔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단독 과반이 넘는 의석을 획득하며 거야를 이끌게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차기 당권은 물론 대권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참패 책임을 떠안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분간 정치적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어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최대 변수다. 현재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배임·뇌물 혐의와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 증인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실무자를 ‘알지 못한다’고 한 발언 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연내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2027년 3월 대선 이전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을 뿐 아니라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대장동 등 배임·뇌물 및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형량에 따라 5~10년간 출마가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존재감을 키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선 조국혁신당은 강력하고 선명한 개혁성을 무기로 입법과 이슈를 주도하며, 22대 국회 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11일 서초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하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조 대표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다. 조 대표는 지난달 2심에서 자녀 입시비리 등과 관련한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여당에서는 유력 대권주자였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향후 대권 도전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지난 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한 이후 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와 참신한 이미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 대통령실과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이후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2차 갈등이 불거지면서 ‘자중지란’에 빠졌고, 의정갈등 장기화와 ‘대파’ 가격 논란을 불러일으킨 고물가로 민심이 이반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선거 캠페인 내내 선대위 원톱체제를 고수한 것도 ‘중도층 확장 전략 부재’라는 한 위원장의 한계를 드러냈고, 온전히 패배 책임을 떠안게 됐다.
여권 유력 잠룡 중 한 사람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록 ‘명룡대전’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패했지만, 야권 거물급 대권주자와 겨룬 만큼 존재감도 커졌다.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과 4선에 성공한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도 차기 대권을 노릴 대표 주자로 꼽힌다. 이 두 사람은 차기 당권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제3지대 대권주자인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면서 존재감을 잃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당선과 비례 2석 확보에 그쳤다. 진보계열 정당의 유력 대권 후보였던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11일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는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심 의원은 경기 고양갑에서 5선 도전에 실패했고, 녹색정의당도 한 석도 얻지 못해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