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家 자제들②] 한풀 꺾인 '하이뮨'…일동후디스 2세의 고민
[식품家 자제들②] 한풀 꺾인 '하이뮨'…일동후디스 2세의 고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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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 단독 경영 5년차, 후발주자 불구 성인단백질시장 주도권 쥐며 도약
건기식·펫푸드 등 사업다각화 나섰지만 작년 실적 뒷걸음…경영능력 시험대
이준수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사장. [출처=일동후디스]
이준수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사장. [출처=일동후디스]

분유 등 영유아식을 주력으로 했던 일동후디스는 2019년 일동제약그룹에서 계열분리로 독립한 이후 성인단백질 ‘하이뮨’을 앞세워 재도약했다. 오너 2세 이준수 대표의 경영 능력도 1차적으로 입증됐다. 다만 커진 몸집과 비교해 낮은 수익성은 고민이다. 또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으나 시장 안착까지 난관이 많다. 이 대표에겐 ‘제2의 하이뮨’ 발굴이 시급하다.
  
◇골리앗 잡는 다윗이지만…작년 영업익 급감 
일동후디스의 성장기는 하이뮨 전후로 나뉠 만큼 성인단백질사업 비중이 크다. 하이뮨은 코로나19가 본격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2월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유업계 메이저인 매일유업이 이미 ‘셀렉스’로 성인단백질 시장을 개척해온 터였다. 하이뮨은 후발주자였지만 주 타깃인 중장년층이 주로 보는 TV홈쇼핑 채널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트로트 예능으로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가수 장민호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 올렸다. 하이뮨 매출액은 출시 첫 해 300억원에서 이듬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일유업 셀렉스보다 더 빨리 ‘1000억 메가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골리앗 잡는 다윗’으로 국내 성인단백질시장 주도권을 쥐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이듬해에는 1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10월까지 누계 매출액은 4000억원에 이른다. 출시 3년 7개월 만의 성과다. 

다만 내부적으로 지난해 하이뮨의 연매출 목표치는 2000억원이었지만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후디스는 하이뮨의 작년 매출액을 별도 공개하지 않았으나 산술적으로 1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인지 작년에 일동후디스 실적도 주저앉았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회사 연매출 3000억원 돌파는 기정사실로 여겨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 매출액은 2481억원으로 전년 2897억원보다 14.4% 뒷걸음질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92억원보다 70%가량 급감한 27억원에 그쳤다. 특히 4억원의 순손실을 낸 점은 뼈아프다. 이 회사는 하이뮨 출시 3년간(2020~2022년)은 연평균 70억원대 순이익을 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건강식품업계 전반으로 매출이 20~30%가량 급격히 떨어졌고 우리 역시 피할 수 없던 상황”이라며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하이뮨도 당초 목표했던 매출 달성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이뮨 대박과 함께 경영 '연착륙'
하이뮨이 출시된 해는 일동후디스가 이금기 회장 장남인 이준수 대표이사 사장의 단독 경영체제로 바뀐 시기다. 1967년생의 이준수 대표는 2010년 일동후디스 상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삼성전자 연구원, 숙명여자대학교 부교수 등을 거친 ‘엘리트’ 출신이다. 경영수업을 받기 전에는 영유아, 성인단백질 등 회사 주력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이른바 ‘하이뮨 대박’으로 출발이 좋았다. 이 대표 단독 체제 직전인 2019년 회사 매출액은 전년보다 16%가량 줄어든 1147억원과 26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대표 단독 경영 첫 해인 2020년에는 하이뮨이 호응을 얻기 시작하며 매출액 1391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반등했다. 이후 하이뮨이 효자상품으로 거듭난 덕분에 일동후디스 연매출은 2021년 2212억원, 2022년 2897억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21년 110억원, 2022년 92억원으로 개선됐다. 이 대표가 아버지 이금기 회장 뒤를 이을만한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연착륙’ 했다. 

하이뮨 생산 모습. [출처=일동후디스]
하이뮨 생산 모습. [출처=일동후디스]

하이뮨이 외형 성장의 일등공신인건 맞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대비 수익성이 좋다고 하기엔 힘들다. 실제 일동후디스의 판관비 내 ‘광고선전비’는 하이뮨 출시 전인 2019년 139억원에서 2022년에는 514억원이 지출됐다. 3년 새 270% 늘었다. 홈쇼핑 채널에 지불하는 ‘지급수수료’ 역시 같은 기간 57억원에서 588억원으로 931% 급증했다. 작년에는 광고선전비 381억원, 지급수수료 401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다. 회사 영업이익률은 최근 4년간 2020년 4.96%, 2021년 4.97%, 2022년 3.17%, 2023년 1.09%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380억 투자 춘천 제3공장 본격 가동
이준수 대표의 이 같은 고민은 일동후디스가 작년부터 건강기능식품(블랙맥스), 펫푸드(후디스펫), 이너뷰티(뷰빗)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빠르게 꾀한 점과 연관이 깊다. 일동후디스는 그간 트루맘, 산양유아식 등 영유아식품 주력의 1세대에 이어 하이뮨 중심의 성인영양식 2세대 포트폴리오로 사업을 확장했다. 건기식, 펫푸드, 이너뷰티는 이른바 일동후디스의 3세대 사업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카테고리로 꼽힌다. 그는 또 메가 브랜드로 자리 매김한 하이뮨을 앞세워 오메가3, 스킨케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두뇌를 위한 건기식(두뇌엔 PS), 케어메이트(환자용 영양조제식품·케어푸드)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 중이다. 

이 대표는 하이뮨의 꾸준한 성장 못지않게 3세대 사업 안착이 최대 과제다. 후발주자다보니 아직 인지도나 사업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하이뮨처럼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도 힘든 측면도 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는 시장 내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며 앞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동후디스의 신사업 중 하나인 이너뷰티 브랜드 '뷰빗'과 모델 신예은. [사진=일동후디스]
일동후디스의 신사업 중 하나인 이너뷰티 브랜드 '뷰빗'과 모델 신예은. [사진=일동후디스]

일동후디스는 이달부터 춘천 제3공장을 본격 가동 중이다. 공장 신설에 380억원이 투자됐다. 이 곳에선 일동후디스가 선보이는 모든 음료 제품이 생산된다. 그간 하이뮨 브랜드의 일부 음료는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생산해왔는데 춘천 제3공장 가동으로 생산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일동후디스는 춘천 신공장 가동에 맞춰 인기 제품 ‘하이뮨 프로틴밸런스 액티브’ 음료 3종 편의점 판매가도 10%가량 인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춘천 제3공장 가동은) 자체 생산에 따른 꼼꼼한 품질관리가 가능하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 등으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자평했다. 

한편 이 대표의 일동후디스 최대 주주로서 지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단독대표 체제가 시작된 2020년 26.10%에서 2021년 57.29%, 2022년 58.40%, 2023년 58.57%다. 아버지 이금기 회장은 5.00%다. 이 회장의 두 딸 이도연, 이주연 씨 지분율은 합산 18.70%다. 

기획 세 번째 순서는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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