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 커진다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 커진다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4.04.23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용등급 '부정적'…"대형사 12%, 중소형사 31% 더 적립해야"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대비해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미리 적립했다. 이에 재무적 완충력은 과거 대비 제고된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여전히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 PF 부실화에 대한 위기감이 시장 전반에 고조됐다.

증권사들은 리스크를 대비해 지난해 4분기 중 충당금을 3조1000억원 적립하면서 전분기 대비 약 1조2000억원 늘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충당금은 더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가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한 결과, 연착륙 상황만 가정해도 총 4조6000억원(대형사 2조4000억원, 중소형사 2조1000억원)의 충당금이 필요했다.

더 나아가 경착륙 상황을 가정했을 때는 총 5조7000억원(대형사 3조1000억원, 중소형사 2조6000억원), 위기 상황을 가정했을 때는 총 7조6000억원(대형사 4조2000억원, 중소형사 3조3000억원)의 충당금이 필요했다.

연착륙 상황을 가정해도 대형사는 12%, 중소형사는 31% 수준을 더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앞으로 증권사들이 국내 부동산 PF 관련해 1조9000억원 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브릿지론 중 약 46%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또 80% 이상 브릿지론(본 대출 전에 이뤄지는 중간 대출) 사업장과 약 30% 본 PF 사업장 만기가 연내 만기 도래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증권업권 대응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중소형사가 대형사에 비해 충당금 적립률이 아직 낮아, 추가 손실 부담에 대해 일정 수준 노출돼 있다"며 우려했다.

특히 중소형사 신용 전망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PF 시장이 연착륙이더라도 증권사는 여전히 추가적인 손실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는 중소형사에 집중돼 있다.

또 중소형사는 사업 기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그동안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시장에 대해 높은 의존도를 보이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수익 기반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이를 대체할 뚜렷한 수익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추가 손실 부담이 존재하고,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신용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또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돼 IB(투자은행) 부문의 수수료 수익이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개별 회사의 신용등급과 관련해서는 위탁매매, 자산관리, 금융 부문 등에서 발생하는 핵심 경상 수익으로 국내외 투자자산 관련 손실 및 판관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