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연체율↓·CRE 드라이파우더 축적·일본 투자 확대 등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신용 위험이 금융권 전반에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8일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이 발표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신용 위험(US CRE Credit Risk)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총대출 잔액은 20조달러 수준이었다. 2024~2026년 만기도래 예정 대출은 약 1조8600만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2019~2021년 실행된 저금리 변동금리 구조 대출이 60%를 차지해 현재 높은 금리에 따른 재융자(리파이낸싱, Refinancing)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CRE) 중 대출 연체 부실자산 규모는 860억달러 수준이다. 이 중 약 20%는 대주의 강제 집행으로 소유권을 받은 압류 상태다.
부실자산 섹터별로는 오피스가 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자가 연체되기 시작한 잠재적 부실자산 중에는 멀티패밀리(다세대 주택)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가졌다.
또 미국 은행권 CRE 총대출 잔액은 3조달러로, 이 중 중소형 은행 비중이 70%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총대출 잔액은 6300억달러이며 올해 만기 예정인 대출 중에 오피스 비중이 21%를 차지했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고금리에 따른 리파이낸싱 갭 확대와 오피스, 멀티패밀리 섹터의 부실화 등으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CRE 신용 위험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먼저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아직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 은행은 1.5%, 중소형 은행은 0.7% 연체율을 기록했다. 대형 은행과 중소형 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2009년 각각 9.6%, 7.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대출 손실 시 관리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작년 10월 이후 CMBS 금리와 미 국채 10년물 사이 스프레드(금리차)가 축소되는 추세인 점도 유동성 경색 가능성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또 북미권 CRE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실제 투자 집행 이뤄지지 않은 미투자 자금)'가 축적된 상태인 점도 주목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북미 CRE에 투자하는 드라이파우더 총액은 2590만달러다. 작년 북미 CRE 사모펀드 모집 규모는 1030억달러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지만, 글로벌 상위 10개 운용사 모집 비중은 340만달러로 같은 기간 88.9%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탑티어(Top-tier) 운용사 중심으로 북미 CRE 투자를 재개하려는 모습이 관측되는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 관계자는 "우려가 가장 높았던 CMBS 대출에 대한 시장 스프레드가 하락하고 있으나, 자산 섹터별로 수급·펀더멘털 이슈에 따라 경향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인베스코,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등 글로벌 주요 투자자의 미국 CRE 투자 기조가 변화하고 있고, 지난해 글로벌 거래 규모는 감소했으나 북미와 유럽 권역 중심으로 국경을 넘는 CRE 투자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은 해외 투자에 보수적이던 일본 투자자가 북미·유럽 코어 자산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에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 (PF) 시장은 앞으로 1~2년간 대출 연체율과 부실자산 확대 가능성은 있으나, 과거 금융위기 수준과 비교해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 관계자는 "국내 PF 시장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체율이 13.6%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준 적 있지만, 팬데믹 이후 2021년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현재의 PF 상황은 지난해 말 평균 연체율이 2.7%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금융당국 고강도 건전성 강화와 같은 적극적 조치로 과거와 같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PF 사태와 현재를 분석할 때 개발사업에 대한 낮은 자기자본 투자 비중과 브릿지론을 활용한 토지매입 방식 등이 리스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며 "사업환경 변화 속에서 자기자본 비율과 토지 매입 방식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