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일 정부의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 해외 직접구매(직구) 차단 철회 사태를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대통령실도 거센 비판 여론에 고개를 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사례에서 보듯 주요 정책은 그 취지도 중요하지만, 정책 발표 내용이 치밀히 성안되지 못하고 국민에게 미칠 영향, 여론 반향 등도 사전에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해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혼란과 불신을 가중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하고 다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 각 부처는 민생 각 정책, 특히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충분히 협의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공식으로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향후 이 같은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의견 수렴과 대언론 설명 강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대통령께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그리고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성 실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야권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탁상 행정', '오락가락 행정', '설익은 정책', '우왕좌왕 국정'이라고 규정하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고 최고위원은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국민과 공감대가 떨어지고 세밀함과 효율이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또 '초등학교 입학 만 5세 하향; 학제 개편 등 과거 정책 방향이 뒤집힌 사례를 언급하면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했다가 소비자 혼란만 부추기고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았다"며 "(정책을) 정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추진하는 대통령 스타일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교 최고위원도 "윤석열정부의 졸속 정책 발표로 국민 피해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안전 인증(KC 인증)이 민간으로 확대된 점을 거론하며 "누가 이것으로 이득을 갖는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왜 강력하게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강력하게 이야기했다가 바로 철회했는가. 14개 부처가 합의해야 하는 내용을 발표하라고 강하게 주문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놓고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흘만인 19일 사실상 철회했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입안과 발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혼란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