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대 운항 상황 24시간 모니터링
임직원 건강관리, 기내 환자 지원
“절대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대한항공의 최우선 가치입니다.”
대한항공은 최근 서울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와 정비 격납고,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 등 안전 운항을 위한 핵심 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최첨단 설비를 갖춘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와 항공의료센터의 모습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안전정책을 수립하는 항공안전전략실, 항공기 점검과 수리 등 정비가 이뤄지는 격납고와 승무원을 훈련하는 객실훈련센터 등 안전 운항을 위한 핵심 시설도 소개했다.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 ‘종합통제센터’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는 본사 A동 8층에 위치한다. 330평 공간에 11개 부서 전문가 총 240여명이 근무한다. 3교대로 운영되며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이다. 대한항공은 리모델링을 통해 2023년 12월 최신식 설비를 갖춘 OCC의 문을 새로 열었다.
대한항공은 올해 5월 기준 △여객기 138대 △화물기 23대 등 총 161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총 39개국 110개 도시에 취항한다. 일평균 항공기 400여편을 운항하는데, 이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OCC의 역할이다.
OCC에 들어가면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운데 있는 가장 큰 화면에는 현재 운항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항적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그 왼편에는 방송 뉴스 화면이 띄워져 있어 테러, 재난, 자연재해 등 세계 주요 이슈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김포·인천국제공항의 지상 트래픽과 램프 운영 현황도 24시간 모니터링 한다. OCC에는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비정상 상황 시 이 전화기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OCC에는 안전 관련 운항관리센터(FCC), 정비지원센터(MCC), 탑재관리센터(LCC)와 고객서비스 관련 네트워크운영센터(NOC) 등 총 4개의 센터가 모여 있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본사 3층에 있던 정비지원센터가 8층 OCC에 합류해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였다.
‘운항관리센터’에서는 항로와 연료, 탑재량, 비행시간을 산출한다. 항공기가 계획대로 운항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운항승무원에게 안전 운항 정보를 지원한다. 최적의 항로를 구성해 비행시간을 단축하고 연료를 절감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비지원센터’에서는 운항 중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정비 기술을 지원한다. 정비 작업 스케줄을 조정하고 해외 지점에 정비사를 지원하는 업무도 이곳에서 맡는다. ‘탑재관리센터’에서는 승객 좌석과 화물 탑재 위치를 결정하고 허용 범위 내 항공기 무게 중심을 관리한다. ‘네트워크운영센터’에서는 항공기 및 운항·객실승무원 스케줄을 운영한다. 강설과 태풍 등 대규모 비정상 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전사 각 부문과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OCC는 소통(Communication), 협력(Coordination), 협업(Cooperation)이라는 3가지 핵심 기치 아래 운영된다. 안전 운항을 위해서는 운항과 정비, 탑재 등 다양한 부서가 협업해야 하는 만큼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OCC 중앙에 ‘의사결정 존(Zone)’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안전정책의 핵심 ‘항공안전전략실’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은 항공기 운항·비운항 전 부문의 안전 관련 요인을 총괄 관리하는 곳이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안전기획팀, 안전품질평가팀, 지상안전팀, 안전조사팀, SMS(안전관리시스템)팀 총 5개 팀으로 이뤄진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50명이 넘는 직원들은 안전사고 예방·평가에서 사고조사·수습까지 안전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들로 구성돼 있다.
항공안전전략실의 가장 주된 업무는 ‘안전정책 및 목표 수립’을 통해 대한항공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체계화 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안전정책은 안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것들과 그 절차를 담고 있는 일종의 선언문이다. 안전정책은 안전 운항을 위한 국내외 규정 및 환경 변화에 맞춰 최소 연 1회 개정한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수립된 안전정책을 패널 또는 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대한항공 각 근무지와 작업장에 게시해 임직원들의 안전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안전 위해 요소를 최소화해 안전 운항을 달성하기 위해 ‘위험도 관리’도 실시한다. 안전 위험도 관리는 위해 요인 식별 → 1차 위험 평가 → 위험도 경감 조치 → 2차 위험 평가 순서로 이뤄진다. 운항과 관련된 수많은 요인을 세밀하게 분석해 1차 위험 평가에서 핵심 위험요소(Risk)를 도출해 낸다. 경감조치 실시 이후 2차 위험 평가에서는 안전 성과를 평가한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최신형 항공기 기재 도입, 펜데믹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위험도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안전 관련 다양한 회의체도 주관한다. 부문별 안전 담당 팀장급이 참석하는 ‘안전보안월례회의’를 매월 실시하고 있으며, 부서장 급이 참석하는 ‘안전 운항 관리자 회의’와 부사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중앙안전위원회’도 매 분기 실시하고 있다. 특히 중앙안전위원회는 종합적인 안전 보안 정책을 수립 및 계획하는 대한항공의 최상위 안전회의체로 대한항공 안전 부문에 대한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안전 목표 달성 여부 평가와 그에 대한 보상도 항공안전전략실에서 담당한다. 바로 ‘안전장려금 제도’다. 다양한 안전 성과지표를 세분화하여 매월 목표 달성 여부를 임직원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1년 동안 회사가 정한 안전 목표를 달성할 경우 모든 임직원들에게 안전장려금을 지급한다. 이는 모든 임직원의 규정·절차 준수 및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에 대한 보상이자, 절대안전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의 일환이다.
사내 안전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도 이뤄진다. 항공 안전 위해 요인 보고를 통해 안전에 크게 기여한 직원에게 포상을 하는 ‘SMS 엑설런스(Excellence)’를 연 2회 실시하고, 사내 안전지 ‘SkySafety21’도 발간한다. 2023년부터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세이프티 데이(Safety Day)’로 지정해 ‘세이프티 투게더(Safety Together), 함께 만드는 안전한 대한항공’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안전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빈틈없는 항공기 정비 이뤄지는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은 항공기 정비 규모와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비 인력만 약 3100명이며, 인천과 김포·부천, 부산에 총 5곳의 정비 격납고 및 엔진·부품 정비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간단한 정비 작업부터 복잡한 종합 정비까지 가능하다.
김포 격납고는 대한항공 본사 중심부에 있다. 길이 180미터(m), 폭 90m의 초대형 시설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다. 높이는 25m로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한다. 대형기 2대와 중·소형기 1대 등 항공기 3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도 김포와 같은 규모의 격납고를 갖추고 있다. 부산 테크센터에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페인트 격납고를 갖추고 있어 자체적인 도색 작업이 가능하다. 부천과 인천에서는 항공기 엔진 정비 공장이 있다. 엔진 부품을 분해하고 검사·수리해서 원상태 그대로 복원하는 최상위 정비 단계 오버홀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 영종도에서 운영 중인 엔진 테스트 셀(ETC) 옆에 신규 엔진 정비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격납고에서는 항공기 기체와 각종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하는 정비 작업을 24시간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매 이륙 전과 착륙 후에 항공기 상태를 점검하며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철저한 정비 덕분에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결항 없이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도 높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항공사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3년 99.17~99.84%(기종별 상이)의 정시 운항률을 보였다. 전 세계 항공사 평균보다 1~2% 높은 수치다.
대한항공은 통상적인 정비 외에도 △비행 시간·이착륙 횟수별 항공기 엔진·부품 검사 및 부품 교환 △항공기·엔진·부품 전체에 대한 종합 점검 등 체계적인 항공 MRO를 수행하고 있다. 기내 인터넷 설치와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항공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항공기에서 수집되는 각종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발생 전 선제적으로 정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예지정비조직을 신설했다.
2015년에는 OCC와 긴밀히 협조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정비지원센터를 개설했다. OCC에서 항공기 상태를 24시간 감시하고 정비 기술을 지원하는 한편, 비정상 상황 발생 시 타 부문과 실시간으로 협조하며 안전 운항에 기여하고 있다.
◇기내 안전 책임지는 객실승무원 양성의 장,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2003년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제곱미터(㎡) 규모다. 실제 상황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보잉 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똑같은 모형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신입 및 재직 중인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내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훈련을 실시한다. 연간 1회씩 모든 승무원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 훈련을 진행하며, 상황에 따라 수시로 훈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과 고품격 서비스를 수행하는 객실승무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객실훈련센터는 항공기 도어(Door) 작동 실습실, 비상장비 실습실, 응급처치 실습실, 비상사태 대응 훈련 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은 항공기 기종별로 다른 도어 작동법을 정기적으로 훈련받는다. 환자 승객 발생 시 사용하는 의료 장비와 화재 진압 장비, 비상 탈출 장비를 점검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익힌다.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도 진행한다. 이 훈련은 객실훈련센터 수영장에서 실제 상황처럼 이뤄진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와 구명보트에 탑승, 구조 요청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훈련한다.
객실승무원은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도 정기적으로 받는다. 승무원의 구두 경고나 경고장 제시에 불응하며 계속해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이 있을 경우 기내에 탑재되는 보안 장비를 사용해 신속히 제압하는 훈련이다. 객실승무원은 불법 방해 행위가 발생하면 사법경찰관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받아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항공기가 예상치 못한 비상 착륙을 했을 경우 승무원은 탈출 명령어를 사용하며 탈출 지휘를 하게 된다. 승객들을 항공기에서 안전하게 탈출시키기 위해서다. 항공기 최초 충격 시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의 명령어를 이용해 승객들이 신체를 보호할 수 있게 한다. 항공기가 완전히 멈추면 내외부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이 필요한 경우 ‘벨트 풀어’, ‘나와’, ‘짐 버려’와 같은 단호한 명령어를 쓰며 승객들이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게 한다.
대한항공은 소속 승무원이 휴직 등으로 인해 정기 안전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 업무 복귀 전 재임용 훈련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직원 건강 관리 책임지는 ‘항공의료센터’… 기내 응급환자 발생 시 의사결정 지원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는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승무원과 임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곳이다. 지난해 본사 리모델링을 거치며 항공의료센터도 최신식 설비와 장비를 갖춘 의료 시설로 탈바꿈했다.
항공의료센터는 현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건강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항공사 업무 특성 및 직종을 고려한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한 수면다원검사를 지원한다. 승무원이 아닌 직군의 직원들 중 지속적인 교대 근무로 인해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에도 수면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항공의료센터는 임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년 임직원들의 마음 건강 검진을 시행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마음의 건강 검진 대상자를 전 임직원으로 확대했다. 항공의료센터에 위치한 사내 심리상담실 ‘휴클리닉’에서 임상심리전문가 2인이 상주하며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비행 중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승무원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상담도 이뤄진다. 특히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운항승무원의 정신 건강을 더욱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 운항승무원의 심리 상태, 음주를 비롯한 생활 습관, 인지 기능 등 정신 건강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폭넓은 평가와 관련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지상 의료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숙련된 의사들로 구성된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네팔을 향하던 항공기 기내에서 환자 승객이 발생했을 때 승객 중 의사를 찾을 수 없자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의료 조언에 따라 기내에서 응급처치를 했고, 네팔인 승객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착륙 후 지상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내 의료기기를 개선하고 응급처치 방식을 보완하는 등 최선의 응급 의료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