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2라운드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0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 재판부의 판결과 대비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각각 665억원, 1억원을 결정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특유재산’이란 이유에서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보유한 고유재산 또는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뜻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형성 과정에 노 관장의 공로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에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또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자료도 큰 폭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 변호를 맡았던 김기정 변호사는 이날 선고 후 재판장에서 나와 “혼인 순결과 일부 일처제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준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받아 검토 후 추가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엔 세명의 자녀를 뒀다. 갈등은 횡령죄로 징역을 살던 최 회장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은 같은해 12월 언론사에 서신을 통해 혼외자와 내연녀가 있다고 고백하고 부인인 노 관장과 이혼의사를 발표했다.

이후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 거부 의사를 밝히다가 2019년 12월4일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며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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