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진출·도약 기회 기대…정부에 정책 지원 당부
삼성·SK·롯데·셀트리온, 파트너링 미팅 목표 초과 달성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의 최대 화두는 미·중 갈등으로 발생한 중국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의 공백을 채울 기업 발굴이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은 물론 우수한 품질, 빠른 속도, 높은 가격경쟁력에 뛰어난 생산능력을 어필하며 바이오USA를 방문한 참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바이오USA는 미국바이오협회가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매년 6월에 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다. 올해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3일부터 6일까지(현지시각) 개최됐다.
올해 바이오USA에는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1만9000여명이 참가했다. 이 중 한국인 참관객 수는 1300명 이상으로 주최국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부스 운영 한국 기업 수는 총 41개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中 견제 위한 美 '생물보안법'…"정부 차원 지원 필요"
이번 바이오USA에서는 미국이 이르면 올해 12월 시행할 ‘생물보안법(Bio secure Act)’에 따른 바이오 안보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 거래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무엇보다 해당 법안에는 글로벌 톱(top)3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기업들이 우려 기업으로 적시됐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기업들은 2032년부터 미국에서 신규 계약 체결을 할 수 없다. 때문에 꾸준히 바이오USA에 참가해왔던 우시(Wuxi)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은 올해 불참했다.
이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 중 특히 새롭게 CDMO 사업에 진출하거나 소규모로만 CDMO 사업을 영위해 왔던 바이오 기업들은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미국 내에서 의약품 생산 가치사슬을 중국에 넘기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속도나 가격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틈새를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은 올해 초 생물보안법에 대응하기 위한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했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중국과 거래했던 기업들이 생물보안법 추진에 새로운 파트너사를 물색하면서 자체적으로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자사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폴김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관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생물보안법이 화두다. 경쟁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수혜를 보려면) 미국 정부의 바이오 아젠다를 살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산업을 안보 문제로 접근해 그에 맞는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경제안보 전담), 최선 첨단바이오비서관 등 대통령실 바이오·안부 고위 관계자들은 처음으로 바이오USA를 방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론자(Lonza), 싸이티바(Cytiva) 등 국내외 주요 기업 부스를 둘러보며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과 관련해 청취했다.
또한 정부는 미국, 인도, 일본, 유럽연합(EU)과 민·관 합동 ‘바이오제약 연합(Biopharma Coalition)’ 출범회의를 공동 개최했다. 5개국은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바이오제약 공급망을 구축·강화하는 데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은 바이오USA 현장에서 “지금까지는 바이오를 안보 개념으로 보지 않았다”며 “이제부터는 보건안보 측면으로 볼 필요 있다고 느껴 정책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K바이오 대기업, 글로벌 리딩 기업 도약 위한 기반 구축
바이오USA에 부스를 차린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갖출 총 132만4000리터(ℓ)의 초격차 CMO(위탁생산) 능력을 부각했다. 아울러 새로운 CDO(위탁개발) 슬로건 ‘신속하게, 유연하게, 고객을 중심으로(Agile, Flexible, Focused on You)’와 신규 기술 플랫폼 ‘에스텐시파이(S-Tensify)’도 이 자리에서 공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시장 로비 디지털 배너와 샌디에이고 메인 도로 가로등 배너 등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찾았다. 미팅도 총 90여건 진행됐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미중 갈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영향인지는 단정할 순 없지만 수주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중국 기업과 안 하겠다는 고객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특히 중국기업들이 많이 한 비즈니스인 CDO 수주 활동에 집중하는 동시에 CMO 수주 활동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와 송도 바이오 캠퍼스 등 전반적인 회사 소개에 집중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에는 행사 기간 동안 약 1500명이 방문했으며 80여건의 미팅을 가졌다.
셀트리온은 주력사업인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제품부터 유통 세일즈, 바이오 클러스터, 오픈 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알렸다. 셀트리온은 이와 함께 잠재적 파트너사를 탐색하고 공동개발을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셀트리온의 부스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6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기업 미팅 건수도 당초 목표했던 150건을 초과 달성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상 처음으로 홍보부스를 열고 그룹 바이오 기술력을 소개했다. 해당 부스에는 나흘간 2000여명이 방문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관련 팀이 전시장을 돌며 각각 200여건의 미팅을 진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40여건의 미팅을 책임졌으며 이 중 상당수가 진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우시 자리에 부스를 차린 SK팜테코의 이시욱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본지에 “기존에 파트너십을 맺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주 문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시 데이터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우회하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도 과학적이고 생산 속도도 빠르다”며 “미국에서 임상부터 직판(직접판매)까지 한 역량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코트라와 국고 지원 한국관 부스를 운영하며 알테오젠, 종근당바이오 등 총 26개 기업과 서울바이오허브·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등 2개 기관을 지원했다. 한국관에서는 총 400여건의 상담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