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전략 각자 시너지 내며 종가 김치 글로벌 확장 '드라이브'
회사 미래·재도약 대체식품·신소재·의료제약 '신사업' 구체화 시급
종가·청정원·미원 등 빅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그룹은 임세령·임상민 ‘자매경영’으로 승계가 일찍부터 자리 잡은 모습이다. 두 자매는 그간 별다른 갈등이 드러나지 않은 채 그룹 마케팅과 경영전략, 신사업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존재감을 높여 왔다. 대상그룹은 내후년 창립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자매경영이 힘을 받기 위해선 바이오·배양육 등 신사업에서 구체화된 성과가 가시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니 직급 높지만 최대주주는 동생
대상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대형 김치 브랜드로 도약한 ‘종가’를 비롯해 조미료 ‘미원’, 종합식품 브랜드 ‘청정원’ 등을 보유한 식품대기업이다. 식품소재 부문에선 국내 최대 전분·전분당 생산업체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1075억원, 1237억원이다. 전년(4조841억원·1400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6% 줄었다. 영업이익이 준 건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을 비롯한 소재 및 바이오 사업 불황 탓이 컸다.
최근 3년으로 넓혀보면 수익성 하락이 뚜렷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살펴보면 2021년 각각 1532억원·1449억원에서 2022년 1400억원·822억원, 2023년 1237억원·686억원이다. 순이익은 2년 새 ‘반 토막’ 이상 났다.
다만 올 1분기는 바이오 업황이 개선되면서 회복의 기운을 찾는 모습이다. 대상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4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늘었다. 영업이익은 91.5% 급증한 47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상그룹 지주사이자 대상의 최대 주주인 대상홀딩스의 같은 기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1조3151억원, 5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007억원, 286억원)보다 각각 1.1%, 88.9% 증가했다.
대상홀딩스는 대상의 39.28%(2024년 1분기 현재) 지분을 갖고 있다.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임상민 대상 전략담당 중역(부사장)으로 36.7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어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및 대상 마케팅담당 중역(부회장)이 20.41%로 두 번째로 많다. 1977년생의 임세령 부회장과 1980년생의 임상민 부사장은 대상그룹 오너 3세이자 자매다.
◇핵심사업 '김치' 자매경영 시너지 발휘
임세령·임상민 자매는 2016년 나란히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회사 경영을 본격화했다. 당시 나이는 임세령 39세, 임상민 36세였다. 이후 언니 임세령은 2021년 3월 부회장, 동생 임상민은 지난해 3월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임 부회장은 대상홀딩스, 임 부사장은 대상에서 각각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선 ‘형제의 난’, ‘남매의 난’ 등 오너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회사의 취약한 리스크로 작용한 경우들이 꽤 있다. 오너 리스크가 회사 성장에 발목을 잡는 격인데 식품업계로 좁히면 대표적으로 아워홈 등을 꼽을 수 있다. 임세령·임상민 자매는 별다른 갈등 없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 임 부회장은 그룹 마케팅 전반을 아우르고 임 부사장은 그룹 경영전략과 글로벌 및 신사업 발굴 등을 포괄하면서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자매경영의 시너지는 핵심인 김치사업에서 잘 드러난다. 대상은 국내 최대 김치업체이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다. 수출액만 보면 2016년 2016년 2900만달러에서 지난해 8300만달러로 7년 새 186% 급증했다. 국내 포장김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다. 진출국만 60여개국이다. 한류 확산과 전 세계적인 K푸드 인기 영향이 있겠지만 마케팅·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임세령)와 해외 생산 인프라 등 하드웨어(임상민)가 잘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대상은 그간 내수는 ‘종가집’, 해외는 ‘종가(JONGGA)’로 달리 운영해왔으나 2022년 10월부턴 종가로 통합돼 김치 세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후 영국에서 김치 팝업스토어 운영, 뉴욕 타임스퀘어 김치 광고 캠페인은 물론 세계적인 명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와 손잡고 미국·프랑스·영국에서 김치 요리대회 ‘종가 김치 블라스트’ 등을 열며 종가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왔다.
인프라에선 2022년 미국 LA에 3000여평 규모의 대규모 김치공장을 가동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아시아 위주로 해외사업을 키워왔던 종가가 미국 LA공장을 발판삼아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어 미국 식품기업 ‘럭키푸드’를 인수해 김치 생산기지를 추가 확보했다. 북미에서 내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을 단기 목표로 잡은 상태다.
최근에는 베트남 제2공장에 종가 김치 생산라인이 구축돼 역량이 배가됐다. 대상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폴란드에 김치공장을 가동한다. 2000여평 규모의 폴란드 김치공장에서 2030년까지 연간 3000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해 유럽에서 종가 위상을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그룹 미래 먹거리 '배양육·바이오'
대상은 각 사업별 전문경영인이 배치됐지만 실질적인 주도권은 임세령·임상민 자매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다만 자매경영이 확실히 힘을 받기 위해선 회사 미래와 재도약을 기대케 하는 성과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상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건 배양육과 바이오다. 대체식품, 푸드테크 영역이기도 한 배양육은 동물세포 배양으로 도축 없이 생산하는 인공고기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배양육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250억달러(약 34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대상은 3년여 전인 2021년 관련 전문기업 엑셀라퓨틱스, 스페이스에프와 잇달아 업무협약을 맺었다.
바이오 사업은 레드(Red, 의료·제약)와 화이트(White, 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레드바이오 사업은 2021년 7월 의료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대상셀진’ 설립에 이어 그 해 9월 싱가포르 생명과학기업 ‘바이오코즈 글로벌’ 지분을 취득하며 본격화했다. 이듬해 중국의 최대 제약그룹 시노팜 자회사 ‘시노팜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 투자의향서(LOL)에 이어 특수의료용도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관련 사업을 다져오고 있다.
작년 말에는 항진균제 신약개발 기업 앰틱스바이오와 75억원 규모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대상그룹은 당시 “항진균·항염증 면역분야 신약과 생체적합 신소재를 활용한 약물전달플랫폼 기술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에선 지난해 친환경 신소재 ‘카다베린’ 개발 및 시범생산으로 속도가 나고 있다. 카다베린은 나일론이나 폴리우레탄을 생산하기 위한 기초 원료로서 석유계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 카다베린은 대상이 오랜 제조 노하우가 있는 라이신을 원료로 한다.
한편 대상은 임대홍 창업주가 이끌었던 당시 국내 최초의 발효 조미료 미원을 앞세워 성장 기반을 닦고 전분·전분당·구연산 등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오너 2세 임창욱 명예회장은 종가 김치와 청정원을 대형 브랜드로 키우고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사업 확장으로 몸집을 키웠다. 임 명예회장은 1949년생, 75세다. 그는 30세에 당시 미원그룹 부회장에 이어 38살인 1987년 미원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임세령 부회장은 47세, 임상민 부사장은 44세다. 대상그룹은 2026년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