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플렉스 사업자 1위 CJ CGV가 영화 배급 사업에선 딱히 힘을 쓰지 못한 모습이다. 영화 외 콘텐츠에만 집중한 나머지 본업인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떨어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CJ CGV는 영화 배급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CGV의 올해 5월 한 달간 영화 배급 매출액은 28억원으로 집계됐다.
‘범죄도시4’를 공동 배급한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297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과 비교해 10% 수준이다. 공동 3위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유한책임회사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매출액인 9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5월 관객 점유율은 단 2.4%로 경쟁사에 크게 뒤처졌다. 플러스엠과 에이비오는 각각 27.2%, 디즈니와 워너는 각각 7.8%와 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로 넓혀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CGV는 올해 1~5월 누적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에서도 상위 10위 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오리온그룹 쇼박스가 ‘파묘’ 등 7편을 배급해 1328억원의 매출액과 26.7%의 관객 점유율(1378만명 동원)로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과 대비된다.
최근 3년간은 더 심각했다. CGV의 배급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 모두 순위권 밖 ‘기타’로 묶였다. CGV는 2021년 ‘이터널스(배급사 디즈니)·스파이더맨(소니픽쳐스)·모가디슈(롯데컬처웍스)’ 등을 놓쳤다. 2022년에는 ‘아바타(디즈니)·한산·탑건(이상 롯데)·범죄도시(플러스엠)’ 등의 유치에 실패했다. 2023년 역시 ‘서울의 봄·범죄도시(이상 플러스엠)·엘리멘탈(디즈니)·미션임파서블(롯데)·더 퍼스트 슬램덩크(NEW)’ 등을 잡지 못했다.
그룹 관계사인 CJ ENM으로 확장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CJ ENM은 5월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 톱(Top)10에 들지 못했다. CJ ENM의 올해 1~5월 누적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은 222억원과 4.5%로 나타났다. 연도별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은 2021년 401억원과 6.9%에서 ‘공조2·헤어질 결심’ 등의 선전에 2022년 1528억원과 13.4%로 늘었다. 하지만 2023년 795억원과 6.5%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서는 CGV의 배급 실적 부진에 대해 (CGV가) 본업인 영화를 제대로 고르는 안목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CGV는 경쟁사들이 ‘범죄도시’, ‘서울의 봄’, ‘파묘’ 등으로 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동안 히트작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 후순위인 ‘문화콘텐츠 제작, 제공, 유통 및 관련시설 운영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회, 방탄소년단(BTS) 슈가 콘서트 등을 상영했다.
CGV는 회사 사업보고서에 명시한 사업목적에서 ‘영화관 건설 및 운영’과 함께 ‘영화 상영, 제작, 수출입, 배급 및 기타 영화관련 사업’을 우선순위로 뒀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배급사업엔 딱히 무게를 두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J CGV 관계자는 “영화를 상영하는 게 메인이지 영화 배급업이 주력은 아니다. 비중도 적다. 그룹에서 영화 배급은 ENM에 전담한다”는 해명을 했다. 이어 “다만 상영관을 운영하는 공간 사업자이다보니 코로나19 당시 배급사를 찾지 못해 개봉하지 못한 곳들과 협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