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기술탈취’ LS전선 vs 대한전선 충돌…소송전 확산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LS전선 vs 대한전선 충돌…소송전 확산
  • 우현명 기자
  • 승인 2024.07.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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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한전선 피의자 전환…사무실 압수수색
LS전선 “명백한 범죄…모든 법적 조치 취할 것”
대한전선 “탈취 사실 없어…민형사상 조치” 맞불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오른쪽). [사진=각사]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오른쪽). [사진=각사]

호황을 맞이한 국내 전선업계가 때 아닌 ‘기술 탈취 의혹’으로 정면 충돌했다. 전선업계 1,2위 LS전선과 대한전선간 충돌을 넘어 법정소송에 이은 비방전으로 확산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받은 대한전선 본사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이후 양사간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LS전선은 즉시 입장문을 내고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또한 즉각 반박문을 내고 “경쟁업체에 과도한 여론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맞불을 놨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달 경찰이 LS전선의 고전압 해저 케이블(HVDC)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건축설계 회사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를 수사하며 시작됐다. 가운건축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를 전담했다. LS전선은 압출, 연선 등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가운건축에 제공했다. 이후 가운건축이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공장 설계까지 맡으며 기술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전선 업계에선 공장 설계, 케이블 이송 방식 등 케이블 공급망 전략 전체가 해당 기업의 핵심 기술인 만큼 가운건축이 LS전선의 경쟁사인 대한전선의 공장 건설을 설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하며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 LS전선의 설명이다. LS전선에 따르면 해저케이블은 길고 무거워 도로로 운송할 수 없고 공장에서 항구까지 옮기는 방법까지도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

LS전선은 “해저 1동부터 4동까지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R&D 투자와 실패 비용을 들였는데 이러한 제조 노하우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 측은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고 LS전선의 영업비밀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바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2009년부터 시작한 해저케이블 연구를 바탕으로 2016년 기존 당진 케이블공장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생산실적을 내왔다”고 밝혔다.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이 핵심 기술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대한전선은 “공장의 레이아웃은 해외 설비 업체로부터 소정의 비용만 지불해도 구입할 수 있다”며 “이는 핵심적인 기술 사항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기술을 탈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운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한 것은 경쟁입찰 과정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대한전선은 “자사가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블 설비 공급 경험이 있는 업체에 공정하게 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해 왔을 뿐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요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검찰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우현명 기자

wisewoo@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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