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현장과 행정을 아우른 풍부한 경험을 내세워 자신이 한국 축구를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는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했고,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도 경험했다. 이후 현장에 복귀해 K리그의 중요성을 경험했다"며 풍부한 경험을 강조했다.
이어 "협회 전무이사직을 떠난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등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아니더라도 더 훌륭한 분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내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안 좋은 성적에 대해선 "10년 전엔 실패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라며 "아는 선수만 뽑는다는 인맥축구라는 얘기도 들었다. 당시에 K리그에서 해트트릭을 하거나 골을 넣은 선수만 선발했다. 이름값은 없어도 정작 팀에서 헌신할 수 있는 선수는 몰랐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경기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2024년의 홍명보'는 달라졌다"며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양분으로 삼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16강 이상을 바라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생활했다. 그동안 각 팀의 주요 선수들, 또는 주요 선수는 아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도 파악하고 있다"며 "팀에 헌신할 선수나, 경기의 흐름을 바꿀 선수들의 리스트가 머릿속에 있다는 게 매우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 선수를 선발하는 데 있어선 "K리그와 동반성장하는 대표팀을 꾸릴 것"이라며 "경기력이 좋다면 좀 더 유연성 있게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13일 공식 선임했지만 선정 절차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과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홍 감독은 "팬들로부터 용서받는 방법은 축구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부채감과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며 "저의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