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주6일 출근시키고 비용절감, 희망퇴직 단행…재무 개선 '골몰'
롯데·신세계 조직 슬림화, CJ·KT&G·이랜드·동원·삼양 효율성 집중
내수 부진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중동전쟁 확전 불안감 등 대내외 악재가 지속되면서 유통대기업들이 하나둘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고 있다. 아직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건 아니지만 국내외 경기위축이 장기화되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유통업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비상경영 발단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등 핵심 먹거리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임원들의 주 6일제 근무가 시행됐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사업에서만 15조원에 육박한 영업손실을 냈다. 올 2분기에는 10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회사 안팎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긴축경영 롯데, 칼 빼든 신세계 '비상등'
삼성발(發) 비상경영은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를 이끄는 재계 6위(공정거래위원회 기준) 롯데그룹, 11위 신세계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임원들은 주6일 근무 체제로 바뀌었다. 물론 이전에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주말에 오피스 근무 또는 업장 점검을 해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국내외 경기침체 분위기가 기대만큼 바뀌지 않자 선제 대응 차원에서 임원들이 주6일 근무를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등 일부 계열사는 강도 높은 긴축경영을 전개 중이다. 지난 6월 김주남 대표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조직 슬림화, 전 임원 급여 20% 삭감, 상품원가 및 경쟁비용 통합 관리 등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대책을 발표했다. 롯데면세점은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이달 말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만 43세 이상 근속연수 10년 이상인 직원 또는 동일 직급 장기 체류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열린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을 통해 “경영환경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줄 것을 단호히 당부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그룹의 대내외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 3월 정용진 회장 체제로 바뀐 후 비상경영 분위기는 더욱 짙어진 모습이다. 정용진 회장 취임 직후 이마트는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1년 5월 독립법인 분할된 이래 지난해 창사 첫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한 조직 슬림화 여파다.
이어 실적이 부진한 신세계건설, 지마켓, SSG닷컴 수장들이 잇달아 교체됐다. 또 그룹 재무관리를 총괄하는 경영총괄 부사장에 JP모건 출신 IB전문가를 영입했다. 상시 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에 ‘신상필벌'’의 확실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이와 함께 대표가 바뀐 SSG닷컴은 2022년 7월 이전에 입사한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CJ "비상경영 준하는 활동", 삼양 "현금유동성 확보 총력"
비단 롯데, 신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 대기업들도 작금의 상황을 우려하면서 각기 주어진 경영 사정에 맞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CJ그룹은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에 대한 지침은 없다. 각 계열사 사정에 맞춰 비용절감, 재무구조 개선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무산된 ‘CJ라이브시티’는 변수다. 고양시 일산에 세계 최초의 K팝 공연 전문 아레나를 목표로 한 ‘K컬처밸리’ 프로젝트가 8년 만에 무산되면서 이에 따른 손실을 감수할 처지다. CJ그룹은 이 사업에 7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은 커져가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임직원 업무 집중도를 높여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최소화하는데 독려하는 한편 회의시간 축소, 짧은 스탠딩 회의 장려 등 회의문화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또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대상 보고서는 ‘페이퍼리스(Paperless)’를 권고하고 일회용품 사용 절감에도 노력 중이다.
삼양그룹은 ‘스페셜티 소재’를 비롯한 사업 경쟁력 강화,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현금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임원에 한해 월 2회 토요일 오전근무를 하고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모든 의사결정에 현금유동성을 면밀히 검토하며 수익 극대화, 운전자본 최적화, 효율적 투자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임원의 토요일 오전근무 외에 별도의 구조조정이나 급여 삭감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KT&G는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 전략적인 경영으로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공식적으로 별도의 비상경영 지침은 없지만 각 계열사별로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