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주총...두산 "합병비율 임의 조정 불가능, 정부·주주들 꾸준히 설득"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부와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계열사를 떼고 붙이면서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을 채택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두산 측은 사업 시너지 제고를 위함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달 12일 그룹 핵심 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조정하기 위한 ‘사업재편안’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로봇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시키는 게 골자다. 연관기업끼리 묶어 시너지를 낸다는 의도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들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배분키로 한 탓이다. 이같은 비율은 합병 결정 당시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자본시장법상 상장기업들의 합병비율은 최근 1개월, 1주일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을 바탕으로 양측 교환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매년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후 아직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당한 비율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주주들 반응이다.
일각에선 박정원 회장 등 두산 오너 일가만 이득을 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편안이 마무리 되면 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은 14%에서 42%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도 개편 과정에 필수인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했다.
두산 계열 3개사는 지난 4일 대표이사 명의로 주주서한을 내며 설득에 나섰다. 최근 증권신고서도 수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재편으로 1조원 수준의 투자여력을 확보해 원전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추가로 공개했다. 두산밥캣은 이번 재편배경으로 주력인 건설·조경·농업·물류 분야에서 일고 있는 AI(인공지능) 기반 무인·자동화 트렌드를 제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양사 합병으로 자율주행 로봇, 무인지게차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고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반발기류는 여전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9일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에게 “일반 주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점을 취합 정리했다”며 △이번 거래에 대해 이사회가 보고받고 논의한 시간 △외부 자문여부 △해외투자자와 논의 내용 등을 질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8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산그룹 구조 개편 관련해 또 다시 증권신고서 보완요구 의사를 밝혔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두산의 사업재편은 진행이 불가능하다.
두산 측은 법령에서 정해놓은 방식으로 산정한 합병비율을 임의 조정하긴 불가능한 만큼 정부와 주주설득에 꾸준히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의 허들을 넘기고 나면 오는 9월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의 찬반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반대가 많다고 하지만 실제 집계된 건 아니다”며 “합병시너지를 지속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