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참여 한국과 차이…참가여부·감축목표 기업 스스로 결정
일본 기업 50%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정책에 참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정부가 녹색전환(GX) 달성을 위해 규제 대신 혜택 중심의 제도를 시행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일본 배출권거래제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도요타‧도쿄전력 등 747개의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에 법적인 강제성이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것이 자사의 경쟁력 강화와 비즈니스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일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일본은 배출권거래제 관련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를 표방하면서 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중심으로 이뤄진 주요국의 배출권거래제와는 차별화된다. 기업규모나 탄소배출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EU나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와 달리 일본은 배출권거래 참가 여부를 기업 스스로가 결정한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와 탈퇴가 보장되고 감축목표도 기업이 직접 설정한다. 기업이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이 없고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는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일본은 녹색전환 전략의 핵심 목표로 ‘경제성장’을 내걸고 배출권거래제 등을 포함해 성장 지향적 탄소 가격제를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탄소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대규모 투자 자금 지원방법을 상세히 담은 투자 촉진책을 발표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녹색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및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를 시행 중이다. 먼저 탈탄소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탄소 다배출 산업이 배출저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항공, 시멘트, 전기 발전, 가스, 석유, 펄프 및 제지, 해상운송 등 9개의 탄소 다배출 산업을 선정하고 이들 산업의 저탄소 전환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전환금융’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환금융은 탄소집약적 산업이 저탄소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후금융 기법으로 기존 친환경 기업 지원 중심의 ‘녹색금융’과는 차별화된다.
그린철강, 그린화학 등은 국내 생산 촉진이 필요한 전략분야로 선정해 연구개발,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생산단계에도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린철강, 그린화학 분야는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10년간 법인세의 최대 40%까지 공제해 지원할 방침이다.
장현숙 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한국도 탄소배출 저감에 노력하는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과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지향점을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 달성이라는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