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표 '수소드림 2030' 로드맵에 힘 실어주기(?) 해석
HD현대가 최근 보유하고 있던 HMM 주식 938억원어치를 전량 매각한 시점에 맞춰 손자회사 HD하이드로젠이 비슷한 규모의 M&A에 나서 이목이 집중됐다.
28일 HD현대의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HMM 주식 338만475주를 661억9000만원에 매각했다. HD현대삼호도 HMM 주식 149만7024주를 276억5500만원에 처분했다.
같은 시기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HD하이드로젠은 최근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 ‘컨비온(Convion)’을 약 1069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계열사인 HD현대삼호가 HMM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한 지난 14일로부터 2주도 지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HD현대가 정기선 부회장이 그리는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소 드림 2030’은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담은 프로젝트다. 정 부회장이 여기에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진두지휘한 만큼 이를 그룹의 중점 사업으로 삼고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본금을 충당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1400억원을 출자해 HD하이드로젠을 설립한 것이 HD한국조선해양인 점도 현금이 풍부해야 한다는 조건에 적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조선업이 초호황에 돌입하고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가가 하락하면서 현금이 쌓이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HD한국조선해양의 현금흐름표를 분석한 결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429억원, 단기금융자산은 1조2469억원으로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1조8897억원에 달한다.
HD하이드로젠이 출범하자마자 공격적으로 ‘컨비온’을 인수한 것은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경우 핵심기술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온에서 작동하는 수소연료전지 특성상 안전과 효율성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해야 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개발기간도 장시간 소요된다.
컨비온은 이런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기술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및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상업용 SOFC 발전 시스템 기술 및 공급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하지만 HD현대 관계자는 “HMM 주식 매각과 컨비온 인수의 연관관계는 없다”며 “매각과 인수는 독립적으로 운영됐다”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HD현대가 18년 만에 HMM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 자체도 관심이다. 한때 현대상선(현 HMM)의 경영권을 넘봤던 현대중공업(현 HD현대)의 분쟁 역사가 뒤로 남게 된 상징적인 일로 업계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HMM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자회사가 된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의 지분마저 빠지면서 민영화 표류 가능성은 더욱 커진 모양새다. HMM은 해운업 호황, 영구채 전환 등으로 기업 가치가 12조원까지 상승하면서 역설적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