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빌리티 신설법인-로보틱스 합병 지속 추진
1조 투자여력 확보, '원전호황'에 제작시설 확충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주주 반발에 사업 재편방향을 수정했다. 가장 큰 반발을 샀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안은 철회하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방안은 그대로 진행하고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30일 두산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키로 결정했다.
앞서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던 상장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배분키로 해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이 심했다. 또 대주주 일가의 이익만 더 증가한다는 비판도 지속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에선 양사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국민연금공단도 주총에서 이번 안 관련 반대 투표를 할지 논의키로 했다.
두산 측은 철회배경으로 “그동안 주주 설득과 소통 노력에도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완전자회사 전환방안은 철회했지만 나머지 지배구조 개편은 그대로 진행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000억원의 부채와 두산밥캣 지분을 신설법인에 이관한다. 또 비영업용 자산을 처분해 총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글로벌 원자력 발전 호황을 맞아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해 기술·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소형모듈원전) 사업도 최근 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이전에 수립한 5년간 62기 수주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현재 계획된 수주는 회사의 원자력 주기기 제작 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인 만큼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한다는 목표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합병해 상장사인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두고 사업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발이 문제다. 이번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부문의 분할비율은 1대 0.25,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 간 보통주 합병비율은 1대 0.13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 중이면 두산로보틱스 신주 3주를 받을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주서한을 통해 “분할 시 에너빌리티 주식 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재상장 시점의 에너빌리티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또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추가 성장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분할 후 회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팀은 입장문을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고 해서 이 사건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두산에너빌리티 입자에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