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이 첨단산업에 수십조원을 지원하는 데 반해 한국 첨단산업 보조금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정책 지원은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 부족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미국은 2022년 ‘칩스법’을 통해 약 52조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과 약 101조원 규모 대출, 대출보증, 25% 세금공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인텔에 보조금 약 11조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도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반도체 기업 SMIC에 약 36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일본은 소니·소프트뱅크·키옥시아·NTT 등의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8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추가 지원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2차전지 부품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된 경우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은 이차전지 산업을 1990년 제8차 5개년 계획에서부터 지원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배터리업체 CATL에 2011년 설립 당시부터 각종 지원을 해왔고 올해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도 약 1조14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도 도요타에 약 1조1400억원 규모의 이차전지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하고 국내 생산시설 확보에도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정책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지난해 23.1%로 불과 2년 만에 7.1%포인트(p) 하락했다.
한국 LCD와 OLED 제품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경협 측은 “한국 LCD 제품은 한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했지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이후부터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며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OLED 부문에서 중국 대비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 때문에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자국 LCD 및 OLED 생산업체인 BOE에 보조금 5600억원을 지급했고 토지·건물 무상 제공과 지방정부 출자도 지원 중이다. 한경협 측은 “주요국은 첨단산업에 대해 공통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첨단산업은 선점효과와 승자독식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세액공제 같은 간접 지원 외에 직접환급 제도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는 안보는 물론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며 “과감히 재정을 지원하고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를 통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