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점유율 1위...해외 실적 악화 걸림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연말 일제히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인선을 위한 경영 승계 레이스가 본격 개막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물론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임, 횡령 등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실패로 확률은 엇갈리고 있다. 은행장 연임 및 교체에 따라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금융권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편집자주>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와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가 각각 신용카드 1위, 법인카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내년 연임에 힘이 실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10일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12곳에 대한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KB금융지주도 같은 달 27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계열사별 차기 CEO 승계절차 작업을 본격화한 상태다.
문동권 대표는 카드업계에서만 20년 넘게 몸담은 일명 '카드맨'이다. LG할부금융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LG할부금융이 LG카드와 합병하면서 카드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문 대표는 LG카드에서 리스크관리팀장과 경영관리팀장을 지냈고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합병한 뒤 신한카드에서 경영관리팀장, 전략기획팀 부장, 기획본부장, 경영기획그룹 상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에는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 신한카드 대표에 선임됐다.
그는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카드업계 1위(순이익 기준)를 수성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신한카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카드는 신용판매 점유율(MS) 순위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MS는 카드사의 시장지배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38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9%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19.66% 증가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카드업계에서 이목을 모은 해외여행 특화카드(트래블카드)의 경우, 홀로 독주하다시피 한 하나카드를 따라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중이다. 8월 기준 신한카드 해외 체크카드 이용액은 9955억원이며 트래블카드 누적 발급량은 120만장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디지털 플랫폼 SOL페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9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결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신한카드 뒤를 맹추격 중인 2위 삼성카드 존재는 문 대표에게 큰 부담이다. 삼성카드는 2020년 1824억원의 차이가 났던 신한카드와의 순이익 격차를 올해 상반기 100억원까지 줄였다. 이미 수익성과 영업이익 부분에서는 신한카드를 앞지른 상황이다. 이에 내년 초 카드업계 왕좌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전략·글로벌 등 다양한 '컨트롤 타워'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KB그룹 내 핵심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략통'이다. 1991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그는 2008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팀장으로 옮겨 KB국민카드 분사와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했다. 그 후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22년 KB국민카드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이미 금융권의 통상적 관례인 '2+1' 임기대로 1년 추가 연임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연임을 이어갈 성과가 충분하다"고 입 모은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25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32.6% 증가했다. 이는 반기 역대 최대 실적이다. 법인카드 실적은 같은 기간 12조2000억원으로 점유율 18.9%를 달성하며 업계 1위를 굳혔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위시(WE:SH) 카드 시리즈는 인기를 끌며 현재 발급 100만장을 돌파했다. 쿠팡과 손잡고 내놓은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인 쿠팡와우카드 론칭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에 발급 50만장을 넘겼다.
또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성과를 내는 중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KB페이 가입자는 4월 1200만명을 돌파했다. 7월 월간 MAU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해외 실적 악화는 문제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4개 해외법인 중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26억7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