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계좌 그대로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지만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증권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과 상품 라인업을 앞세워 400조원 규모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을 거머질 계획이었지만 국민연금공단(NPS)이라는 복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액은 400조878억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 210조원 △증권사 등 금융투자사 96조원 △생명·손해보험사 93조원 등으로 은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연간 수익률은 증권사가 7.11%로 은행(4.87%)과 생명보험사(4.37%), 손해보험사(4.63%)를 앞선다.
이에 증권사는 31일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최대 수혜자로 지목받았다.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중도해지 등 손실 과정 없이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하는 상품을 그대로 타 금융사 계좌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 및 영향력은 물론 월등한 수익률을 보유한 NPS가 퇴직연금 운용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8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NPS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 부여를 골자로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퇴직연금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주무 부처 고용노동부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적극적이다.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수익률 등 현행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해 기금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퇴직연금은 △투자전문 집단 등 별도 중개 조직이 연기금 형태로 운용하는 '기금형'과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하는 '계약형', △'신탁형(기관형+계약형)' 등 3가지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 계약형 퇴직연금 5년, 10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1.51%, 1.93%로 낮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푸른씨앗' 출범 이후 2년간 누적 수익률은 12.8%에 달한다.
부끄러운 수익률에도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은 지난해 퇴직연금 관리·운용 수수료로 1조4000억원을 챙겼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42개 금융사(보험사 16개·은행 12개·증권사 14개)가 지난 한 해 거둬들인 연간 수수료 수입은 1조4211억8600만원에 달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운용 선택지가 확대될 수 있지만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경쟁이 한 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고래가 등장하는 것으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