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191석 확보…4회 연속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신화 마침표
일본 언론, 무소속 의원 영입·연립 정부 확대 가능성 시사
일본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계가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2012년부터 4회 연속으로 지켜 온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신화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최대 위기에 놓였다.
28일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자민·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각각 191석과 24석을 차지했다. 두 정당의 의석수를 합쳐도 중의원 465석 중 과반인 233석을 넘지 못했다.
선거 시작 전 자민·공명당의 의석수가 각각 247석과 32석 등 총 279석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양당에게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자명한 실패로 드러난 셈이다.
'헌법 개정 세력' 전체 의석수가 개헌안 발의 가능 의석인 310석에 조금 못 미치는 297석이어서 향후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내 '비자금 스캔들' 파문 등에 대한 심판 여론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내 파벌의 '정치와 돈'을 둘러싼 문제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중 낙선이 속출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를 비롯한 주요 파벌에서 불법 정치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자민당 지지율은 급락한 바 있다.
아베파 등은 정치자금 모금회에서 각 의원에게 약 18만원 상당의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뒷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할당량은 최소 수십장에서 최대 수백 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이같은 방식으로 최대 10억 엔(약 92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태평양전쟁 이후 최단기간에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진 게 자충수를 둔 꼴이 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그는 후지테레비와의 인터뷰를 통해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정치와 돈 문제(불법 비자금 사건)에 대해 전혀 이해받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며 선거 실패의 요인을 짚었다.
다만 이번 선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을 입에 올려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퇴 여부를 일축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자민당이 당장 제1당 지위는 이어가게 돼 무소속 의원 영입, 일부 야당과 연계를 통해 연립 정부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아일보] 장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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