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해리스 vs ‘급진적’ 트럼프…누가 되든 韓 경제 암흑
‘점진적’ 해리스 vs ‘급진적’ 트럼프…누가 되든 韓 경제 암흑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1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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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무역주의 강화…금리·환율 전방위 영향
트럼프 당선 시, 대중 수출 줄어 韓 GDP 1%↓
해리스 당선 시,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호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미 대선 결과는 금리와 환율, 물가는 물론이고 통상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등 대다수 부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우리 경제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박빙 승부가 예측되는 가운데 점진적 변화를 강조하는 해리스 후보와 달리 트럼프 후보는 급진적 정책을 내세우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실화됐을 때 파장은 더욱 크리라 예상된다.

3일 미국 금융 거래소이자 세계 최대 예측 시장 폴리마켓에 따르면, 오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두고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에 배팅한 투자자는 지난 1일 기준 62%, 해리스 후보 당선을 예측한 비율은 38%다.

미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서 백악관 입성을 판가름할 이른바 ‘7대 경합주’ 가운데 미시간을 제외한 6개 주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우위를 차지했다. 단 다른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비등비등하거나 해리스 후보가 더 우위로 나오기도 하는 등 어느 후보 당선을 확실하게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2기 관세 폭탄…韓 성장률·수출 타격

우리나라에서 더 관심과 우려를 두고 보는 시나리오는 트럼프 후보 재선 성공이다. 해리스 후보의 경우 현 조 바이든 정부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재선 성공 시 가장 우려되는 건 한국 수출 위축과 이에 따른 성장 동력 상실이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높은 관세 등을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당장 우리나라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표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의 관세 인상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6% 이상 감소하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액은 304억달러(약 42조원), 전체 수출액은 448억달러(약 63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모두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한국산 중간재 수출도 줄어든다는 진단이다. 대미 수출과 제3국 수출이 모두 타격을 받으면 우리나라 실질 GDP는 최대 0.67%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관세가 인상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이 0.4%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는 38개국 가운데 싱가포르와 스위스 다음으로 성장률이 크게 내려가는 국가로 평가됐다.

트럼프 후보 당선은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에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도 꼽힌다. 트럼프 후보 공약인 관세 인상은 세수를 늘리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과 생산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예고한 대규모 감세와 재정 확대 정책 역시 인플레이션 유발을 우려하는 요소다.

이미 시장은 ‘트럼프 리스크’를 선반영한 모양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이후 이달 초 3.698%에서 최근 4.295%까지 약 0.6%포인트(p) 급등했다.

미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300원대 초에서 최근 1380원대 안팎까지 오르며 1400원대 진입을 넘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고환율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면 그만큼 한은 기준금리 조정도 지연돼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우세할 경우 환율이 1420원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당선 시 자동차·배터리 긍정적 흐름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현 바이든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대체로 이어받을 가능성 큰 만큼 우리 기업과 정부 부담이 줄어든다. 되레 자동차와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등의 불확실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보호 무역주의 기조로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미국 교역상대국들은 대미 수출환경의 악화에 따른 현지투자를 통한 대응방안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 부교수는 “미국은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 이상 글로벌 공공재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므로 세계 경제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우리의 협상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