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업의 경영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화돼 노동 시장의 불균형이 심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경총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시 경제적 비용과 파급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회원사 설문조사와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법리가 변경될 경우 기업들이 연간 약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떠안게 될 것이라 추정했다. 이는 전체 기업의 26.7%가 영향을 받으며 이들 기업의 1년치 당기순이익의 14.7%에 달하는 부담이다. 소급 적용 시 3년치 소급분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경우 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의 44.2%를 상회할 수 있어 경영 차질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인건비는 단순한 비용을 넘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경총에 따르면 이러한 금액은 연간 9만2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인건비에 상응하며 이를 통해 2023년 기준 청년실업자 전체에게 1인당 약 2794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보고서는 또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대기업의 고임금 근로자들이 더 큰 임금 증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커져 중소기업과 임금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월 임금 격차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29인 이하 사업장 간 약 321만9000원에서 351만7000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격차 확대는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29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의 임금 증가율은 0.6%에 불과한 반면 30~299인 사업장은 3.4%, 300인 이상 사업장은 4.9%에 달해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대법원의 판결이 대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효과를 강화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기업에게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심화돼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측은 "대법원이 지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또다시 변경한다면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이루어진 노사 간 합의는 효력을 잃게 되고 기업경영과 노사관계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기업 부담과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13년 대법원의 통상임금 법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