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도 청신호, “국내 전통적 무기 강점 활용, 진출”
보호무역주의 끝판 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 했다. 유세 과정에서 자국중심주의 발언을 쏟아낸 만큼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상당수 업계가 긴장 중이다. 하지만 일부 업종은 새로운 기회를 기대하며 엇갈린 희비를 보인다. <신아일보>는 트럼프 폭풍을 맞은 산업계를 각 분야 업종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산업계에 미칠 리스크와 그 방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이 트럼프 재집권 시대를 맞아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국방 예산이 확충되면 국내 기업들의 무기 수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미국 안보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늘리면서 유럽 방산 수출 기회가 더 증가할 것이란 기대다.
당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미 육군이 추진하는 자주포 현대화(SPH-M) 사업의 후보군 중 하나로 참여해 이달 중 K-9 자주포의 성능 시험을 진행한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대함 유도로켓 비궁도 미국 수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KAI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고등훈련기(UJTS) 사업 수주에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차인 M1의 경우 성능을 개량하는 것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무기를 외국에서 구매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K-9 자주포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중간 단계의 전통적인 무기에서 강세를 보이는 만큼 미국 방산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미국 안보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 움직임도 또다른 기회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적어도 국내총생산(GDP)의 3%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며 “(현재의) 2%는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나토 각국이 자체적으로 방위비를 증액하라는 의미인 만큼 한국으로선 유럽 방산수출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시장 공략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현지에서 생산과 조립을 하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점을 공략해 기술 이전을 패키지로 제공해야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내 방산업체들은 조립 기술이나 생산 라인 운용법 등을 지원해 수출 계약을 따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 로켓 ‘천무’는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천무는 폴란드 트럭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대 모듈을 탑재해 납품되는데 현지에서 조립 과정이 이뤄진다.
이같은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특정 무기체계가 한 번 시장을 선점하면 후속 지원, 호환성 문제 때문에 이후에도 해당 무기체계가 계속 쓰이는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부품을 계속 수출할 경우 국내 방산 시스템의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미국‧유럽 방산시장에 접근하려면 정부 대 정부(G2G), 기업 대 기업(B2B) 간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을 해야 한다”며 “완제품도 수출해야겠지만 필요하면 상대국과 공동으로 개발·제작도 하면 훨씬 더 수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