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19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 본토를 타격함에 따라 1천일째를 맞은 러우 전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3시 25분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면서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공격이 브랸스크주 카라체프에 있는 제1046 무기고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성공적 공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인 만큼 공격의 성패를 떠나 러우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확전에 대한 우려로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수 개월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의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에이태큼스 발사가 이뤄짐에 따라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도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는 '핵카드'로 응수하며 당초 우려했던 확전 양상도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실제 러시아는 이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을 중대한 위협으로 평가한다면 핵 대응에 나설 수도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개정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자체로 사용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서방 병력이 동원될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은 서방의 직접적인 분쟁 개입이라는 새 국면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이용한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 러시아로선 첨예한 안보 사안이다.
그러나 미국 측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 요청을 지속적으로 외면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가 백악관 재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본격 투입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대응책'이 필요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국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가 북한에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아일보] 장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