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축구협회장 경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축구협회에 차기 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 전달하며 4선 도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로써 앞서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회장직을 두고 '2파전'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2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전 후보자등록의사표명서를 협회에 제출하면서 '후보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정 회장은 임기 만료일인 2025년 1월 21일의 50일 전인 이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받고자 연임 심사서를 제출하며 연임을 위한 첫 관문도 통과했다.
차기 회장에 도전하려면 임기 만료일 50일 전에 선거에 나가겠다는 뜻을 축구협회에 밝혀야 한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국제기구 임원 진출 여부, 재정기여, 단체 운영 건전성, 이사회 참석률, 포상 여부 등을 평가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일 정 회장이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후보 등록 기간인 이달 25∼27일을 전후해 지난 임기 동안의 소회와 4선 도전의 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현재 자동으로 직무 정지 상태가 됐다.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김정배 부회장이 회장직을 대행할 예정이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투명한 행정과 공정성 논란 등으로 팬들에게 '무능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정 회장에게 이번 출마는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그는 처음 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됐을 때인 2013년 이후 12년 만에 회장 선거에서 경선이 치러게 된다. 이후 2, 3선에 도전할 땐 홀로 입후보해 경선 없이 당선돼 어렵지 않게 연임에 성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온 만큼, 여러 방면에서 축구협회에 재정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업가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또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산하 단체장, 시도협회장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어 선거전에서 유리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신뢰'라는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경쟁 상대인 허 전 감독에 밀린다는 게 중론이다.
허 전 감독은 경기인으로서나 행정가로서나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온 만큼 정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들의 신뢰가 두텁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2013∼2014년 축구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행정가로서도 안정적인 기반을 닦았다.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일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다만 한 해 예산이 1천억원을 훌쩍 넘는 거대 단체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를 두고는 물음표가 달린다.
지난달 2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시도협회 재정 자립,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부활 등 당장 실현이 어려워 보이는 공약을 발표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내년 1월 8일 열린다. 그에 앞서 선거운영위원회가 내달 12일 구성돼 본격적인 선거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새 회장 임기는 내년 1월 22일 정기총회부터다.
[신아일보] 장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