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밸류업 추진력 상실 가능성 우려"
국내 금융투자시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요동쳤지만, 다음날 해제되면서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시장은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당분간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한국거래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시장은 비상이 걸렸다.
코스피 200 야간선물옵션지수는 비상계엄 선포에 장중 4% 이상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아이셰어즈 MSCI South Korea’ ETF도 장중 7% 넘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야간거래에서 1446.5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10월25일 장중 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들은 급락했다.
1억3000만원을 웃돌던 비트코인은 장중 8826만6000원까지 내려오면서 약 30% 넘게 떨어졌다. 이더리움도 장중 312만원까지 내려왔다.
일부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출금 지연 사태 등으로 한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국가 부도 위험을 측정하는 데 활용하는 한국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한 때 36.6까지 상승했다.
이후 국회에서는 이날 오전 1시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으며 의결정족수(150명)를 넘는 190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하며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에 이어 이날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이에 시장은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당분간 변동성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재부는 긴급 거시경제 및 금융현안 간담회를 통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한국은행도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논의했다”며 “아이셰어즈 MSCI South Korea ETF와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 레벨이 전일 장 마감 당시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 자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앞으로,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질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독단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보로 평가되는 이번(비상계엄) 조치로 인해 국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됐다”며 “비상계엄 직후 환율 및 한국 증시 추종 해외 ETF가 간밤에 변동성을 키웠던 만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동반한 단기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추진 동력이 돼야 할 법안 개정 필요 안건들이 빠르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던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