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가라앉으며 거부감 줄고 한일관계 개선 긍정적 영향
히트텍 등 스테디셀러 꾸준한 수요, 명품 브랜드 협업 성과
패션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유니클로가 회계연도 기준 6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확실한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반등에는 경기불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패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No Japan)’ 분위기가 사그라졌고 히트텍·에어리즘 등 스테디셀러의 꾸준한 판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성공적인 협업 등이 함께 작용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은 약 1조602억원으로 전년 회계연도(약 9219억원) 대비 15% 늘었다. 유니클로는 앞서 2019년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에 1조3781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6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한 것이다.
유니클로는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 확산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불매운동 이전 국내 유니클로 매장 수는 190여개였는데 2년 동안 60여곳이 폐업해 130여개까지 줄었다. 매출도 2020년 회계연도 기준 6000억원대로 급감했고 영업손실도 900억원에 육박했다. 직전에는 199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었다.
하지만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점차 사그라지고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화해모드로 들어가면서 유니클로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엔저(엔화가치 하락)가 장기화되고 국내에서 일본으로 여행하는 수요가 급증한 것과 맞물려 일본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덕분에 2023년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액은 9219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노재팬 직전으로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고 이번에 연매출 1조원대에 재진입 한 것이다.
유니클로사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연매출 1조원을 웃돌게 한 주된 이유는 ‘가성비’로 꼽힌다.
고물가와 경기불황 영향으로 합리적인 품질과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며 SPA 브랜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유니클로는 ‘심플하지만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이라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로고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대표 제품인 히트텍, 에어리즘, 브라탑 등이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니클로에 따르면 S/S(봄·여름)시즌에는 UT, 브라탑, 에어리즘 라인, F/W(가을·겨울)시즌에는 히트텍, 퍼프테크, 니트웨어 라인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성공적인 협업도 또 다른 성과다. 유니클로는 2020년 질 샌더에 이어 2021년 화이트마운티니어링, 2022년 마르니 등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지속 출시했다. 출시 때마다 매장 앞에 오픈런이 일어나는가 하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품절대란되기도 했다. 이는 1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가격대로 최고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에는 ‘2024 겨울 유니클로×안야 힌드마치’ 컬렉션이 출시됐다. 안야 힌드마치의 유쾌한 감성과 유니클로 기능성이 조화를 이룬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을 얻는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협업도 개성 넘치고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오프라인 매장 출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몰점을 열었고 동대문점도 오픈했다. 이어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일산 덕이점, 롯데몰 광교점, 홈플러스 상봉점 등 매장 4곳을 잇달아 열었다. 현재 국내 유니클로 매장은 총 132곳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일상복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웨어’ 제품을 더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