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슈퍼플랫폼 구축…디지털 혁신 적임
차기 NH농협은행장에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내정됐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은행장 후보가 먼저 결정된 모습이다. 이를 두고 농협 금융 계열사 인사에 대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농협은행장에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은행뿐 농협생명·손해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교체됐다.
강태영 후보는 1966년생으로 경남 진주 출신이다. 대아고, 건국대를 졸업한 이후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통상 농협금융은 인사 시기 지주 회장 인선을 먼저 마무리한 뒤 계열사 CEO 후보자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 이석준 현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최종 후보로 추천됐던 지난 2022년에는 12월12일에 회장 후보가, 같은 달 22일 행장 후보로 각각 확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적절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아 회장 후보 추천이 미뤄지자, 차기 계열사 CEO 후보부터 확정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3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후 처음 맞이한 인사철인 만큼 금융 계열사 인사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며, 농협중앙회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원칙상 농협금융이 계열사 CEO 이사권을 갖고 있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중앙회장 영향력이 매우 크다.
실제 이번 농협은행장 후보 추천은 강 회장 입김이 크게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농협금융 안팎에서 강 회장이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과 동향인 경남 출신을 앉힐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는데, 강 후보가 여기에 정확히 부합한 인사기 때문이다.
강 후보 외에도 강신노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여영현 농협상호금융 대표가 유력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올랐는데 이들 모두 경남 출신 인사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 내 요직에 농협중앙회장과 동향 출신 인사가 선임되는 것은 이전부터 자주 있었던 관례”라며 “강 후보는 하마평에서 가장 첫 번째로 거론돼왔던 만큼 예상된 인사”라고 말했다.
차기 행장을 맡게 된 강 후보는 농협은행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농협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뒤처져 있는 가운데, DT 부문 부행장 출신인 강 후보가 내정된 만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농협은행은 내년 1월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NH올원뱅크’를 기반으로 한 슈퍼앱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강 후보는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 회장과 함께 뱅킹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섰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농협은행이 내년 디지털 혁신 주도와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신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강 내정자가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적극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