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비상계엄 사태 여파, 내년 시장 영향 크지 않을 것"
올해 10대 건설사들이 도시정비 시장에서 수주액 27조원을 넘기며 선전했다. 시장 침체와 원가 부담으로 움츠러들었던 지난해 대비 38%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의 도정 활성화 정책 등에 정비사업조합이 사업 속도를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고 건설사들도 상대적으로 분양이 수월한 도정사업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현 정국 불안 여파는 사업자 선정 후에도 분양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내년 도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들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이들 회사는 올해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이하 도정) 부문에서 총 27조5529억원 규모 사업을 따냈다. 이는 지난해 수주액 20조202억원 대비 37.6% 많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자잿값, 인건비, 대출금리 인상 등에 따른 매출원가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을 우선한 선별 수주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달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정부가 도정사업 활성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자 조합에서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건설사들도 조합원 물량이 뒷받침되고 입지적 장점이 있어 분양이 수월한 도정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주액이 뛰었다.
올해 수주 1위는 작년보다 31.4% 많은 6조612억원 수주 성과를 낸 현대건설이 차지했다. 지난 3월 6782억원 규모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로 물꼬를 튼 현대건설은 12월 '신반포2차 재건축'(1조2830억원)까지 총 9개 사업을 새로 확보했다. 이 회사는 도정 부문에서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4조5000억원 이상 사업을 따냈다.
바로 뒤를 4조7191억원 규모 사업을 확보한 포스코이앤씨가 이었다. 이 회사는 1월부터 8월까지 4조원 넘는 수주고를 올리며 현대건설과 1위 다툼을 벌였지만 이후로 후속 수주 없이 한해를 마쳤다. 전년 대비로는 2.6% 늘어난 수준으로 2021년 이후 3년 연속 도정 수주 4조 클럽을 기록했다.
삼성물산(3조6398억원)과 GS건설(3조1098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73.7%, 95.9% 실적이 뛰며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7월에야 마수걸이 사업을 따낸 대우건설은 전년보다 76.9% 많은 2조9823억원 규모 사업을 따내며 4위에 올랐고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1조 클럽을 달성하지 못한 롯데건설은 올해 1조6399억원 규모 사업을 확보해 뒤를 이었다. 롯데건설은 오는 2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3135억원 규모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올해 도정 수주액은 1조9534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1조5794억원) 도정 수주액은 지난해 대비 23.6% 늘었고 HDC현대산업개발(1조3332억원)은 7.4배로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DL이앤씨(1조1809억원)와 SK에코플랜트(1조3073억원) 수주액은 작년 대비 각각 49.3%와 0.8% 줄었다.
전문가들은 도정사업 추진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비상계엄 이후 정국 불안이 내년 도정 수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정사업은 (시공사 선정 후에도 사업 추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주 시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사업을 따놓고 내년도에 일찍 분양하려고 했던 것들이 좀 미뤄지는 등 분양 시장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