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경영이 패션 사업 승패 가른다”
“날씨경영이 패션 사업 승패 가른다”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3.03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씨 영향 커 제품기획·마케팅에 기상정보 활용 필수
‘날씨 때문에 장사 망쳤다’란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지고 봄·가을이 짧아지면서 앞으로 의류업의 성공은 날씨에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다.

국내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션이나 의류업체들은 날씨와 동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선진국 패션업계는 이미 기획 단계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제품과 기상의 관계를 분석한 다음 판매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이렇듯 날씨가 패션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날씨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날씨 경영이 브랜드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최근 국내 의류업체들도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한 날씨 마케팅을 통해 매출 성장과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의류의 경우 한 시즌을 앞서 준비하는 상품이다. 만약 의류업체에서 미래의 날씨만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면 상품의 생산량 조절, 디자인과 원단 선택은 물론이고 출하시기와 판매시즌도 결정이 가능하다. 또 세일기간을 정하거나 연간 프로모션 계획을 수립하는 일, 재고 관리까지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패션업체들은 날씨와 관련한 마케팅을 펼치고 기상예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이 장기 예보 및 폭넓은 날씨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 출고 시기를 조절하거나 재고 최소화를 위해 생산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철에 컨설팅 의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날씨 대응 전략이 패션 사업의 승패 가른다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실시간으로 날씨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날씨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구입을 할 때 좀 더 편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업체는 기존에 만들어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시즌을 대비한다. 소비자는 세분화된 기준을 통해 체감온도나 거주 지역의 온도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서 제공받은 국내 산악지역 27개 지역, 도심 5개 지역의 최대풍속을 적용해 다운재킷의 보온력과 최적의 착용감을 산출했다.

또한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상청 장단기 예보를 바탕으로 제품 기획, 수량 결정, 판매 시기 등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2012년부터는 ‘HAT’이라는 신개념 지수를 내놓고 사람이 온도마다 다르게 느끼는 최적의 착용감에 대해 다운제품의 중량형태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HAT은 HIMALAYA(히말라야), ALTITUDE(고도), TEMPERATURE(온도)의 약자로 블랙야크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이 2012년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온도마다 다르게 느끼는 ‘최적의 착용감’에 대해서 다운제품 중량형태별로 연구한 결과다.

사람이 온도마다 다르게 느끼는 최적의 착용감에 대해 다운제품의 중량형태별로 연구한 수치인 햇(HAT)지수의 HAT 1000은 영상 9.8℃~영하 7℃에 입을 수 있는 경량 다운재킷, HAT 3000은 영상 5.4℃~영하 15℃에 어울리는 미들 다운재킷, 그리고 영상 2℃~영하 22℃의 강추위를 막아주는 헤비다운재킷 ‘HAT 5000’이다.

이 신개념 지수를 통해 날씨와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블랙야크는 2012년 케이웨더로부터 장기기상정보 데이터를 제공받아 보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제고율을 제로화 시킨 바 있다. 그 결과 날씨정보를 기업 경영에 다양하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상재해로부터 안전성을 획득하였음을 인정받는 제도인 ‘날씨 경영 인증 제도’를 획득했다.

2013년 FW시즌 용품의 경우 한파를 예상, 추위에 대비 할 수 있는 방한용 장갑과 부츠 등을 출시했다. 경량 위주의 다운의 인기를 감안해 전년 대비 입고시기를 당겼으며 각 지역별 온도 조사를 심도있게 진행했다.

또한 사내 및 매장 인트라 시스템에 실시간 날씨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마네킹의 옷을 교체 시즌에 맞춰 최적의 스타일로 제공하는 등 날씨 마케팅을 생활화했다. 그 결과 전국 300여 개 점포에서 전년 대비(2013년 1월~5월 비교) 매출이 약 30% 신장했다.

블랙야크 마케팅본부 남윤주 과장은 “날씨마케팅을 적극 활용 해 지난 여름철에는 예년보다 앞당겨진 장마에도 우기 관련 제품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며 “그로 인해 여름철 레인재킷의 할인 이벤트도 발 빠르게 펼쳐 비를 피하는 것이 아닌 즐기는 트렌드를 만들 수 있었고, 겨울에도 역시 날씨예측시스템을 통해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거나 영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블랙야크 마케팅본부 남윤주 과장]

-기후변화나 이상기후가 패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업계에선 재고 등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날씨 경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션 사업은 더 이상 감성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 유행 주기가 빨라지고 정형화된 기상 패턴이 점차 사라지는 시점에서 검증된 기상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패션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업계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회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나 이상기후가 기회 요인인가 위협 요인인가.

“시즌 시작 전에는 날씨 리스크를 예측해 초기 원단 발주량 및 스타일 수를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상기후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하고 전담 인력을 꾸려 2012년 기상청으로부터 날씨경영 인증을 획득했다. 이상기후나 기후변화는 위협요인이 아닌 기회요인이라 생각한다. 그에 따른 준비와 연구, 개발을 하기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날씨정보가 매장 디스플레이나 상품 홍보에 끼치는 영향은.

“그날의 기상 정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스타일을 제안하거나 매장 내 마네킹 옷을 교체하는 등 날씨를 활용해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사계절이 사라졌다. 간절기 옷이 줄어드는 추세인가.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고, 때에 따라 벗거나 입는 추세다. 계절에 구분 없이 가을 겉옷을 겨울엔 안에 입는 등 한 가지 옷에 대해 더 활용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어느 계절에든 상관없이 특히 바람막이 재킷이나 가을, 초겨울엔 플리스 소재의 가디건 같은 간단하고 가벼운 제품들이 인기다.”

-이번 겨울철 패딩다운 점퍼의 판매 동향은.

“실제 가장 추웠던 2013년 12월 22일~1월 7일 약 2주간 전년 대비 다운 판매량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3년 겨울 다운 물량은 전년대비 약 30% 증가했다. 가장 많이 주력하고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패션 흐름은 어떻게 예상하나.

“레이어드식의 겹쳐 입기를 일반적으로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뚜렷한 사계절의 기온을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따른 온도변화는 더 커지기 시작했다. 각자 자신의 취향과 체온에 따른 조절을 위해 얇은 옷을 많이 겹쳐 입기도, 얇은 옷 위로 헤비다운을 입기도 할 것이다. 이전에는 헤비다운이 무조건 무겁고 크기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웃도어브랜드에서 최근 출시된 헤비다운은 디자인과 기능성을 적절히 살린 제품이 많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것이다. 여름엔 반팔이나 민소매가 아니라 점점 더 뜨거워지는 빛이 피부를 망가뜨릴 수 잇기 때문에 가급적 얇은 긴팔을 입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기능성 옷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기후변화나 이상기후와 관련이 있는가.

“봄과 가을이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지만 일교차가 크고 갑작스러운 비가 내리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국지성 호우나 기온차로 저체온증이 올 수 있어 방수 및 투습 기능이 있는 의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덕분에 기능성을 가진 옷이 인기다. 그래서 최근 불확실해진 날씨와 온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영에 접목시킨 아웃도어 업체들이 늘고 있다. 날씨가 업체 매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는 기온이나 날씨 변화에 따라 제품 기획에서부터 판매 수량, 매장 진열과 시기까지 조절하고 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