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에 숨어 있는 편린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완성
보통 일반적 글쓰기의 과정은 ▶주제 설정→소재의 수집과 정리→서론→본론→결론→퇴고의 단계를 거친다.
또한 입시나 입사시험의 논술 글쓰기 과정은 ▶논제와 제시문(자료) 분석→논제 해결 방안의 모색과 주제 설정→논거구상→서론→본론→결론→퇴고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단순지식이나 공식을 주고 답을 묻는 종래의 방식과는 다른 논술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와 사회, 문학과 언어, 철학과 예술, 자연과학 등 복합적인 영역에서 르네상스적 사고를 묻는 문제가 출제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논술고사는 학교측 자료에 따르면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을 분석한 후 ▲그에 따라 설정된 주장들을 자신의 논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논증하는 능력과 함께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이 적절히 조화되어 나타나는지를 아울러서 평가했다.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식의 부분성 및 주관성의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제시문으로 주고 그것을 소재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키도록 하였다.
즉 두 개의 제시문을 사용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그 두 글이 함의하는 요지를 연결하여 자신의 주장을 완성하도록 한 것이다. 그것들은 직접적으로 어떠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비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다양한 맥락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짧은 참고문들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그것들을 직접 인용하거나 혹은 사고의 단초로 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제시문 1을 읽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후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초반부에 제시한다. 그리고 그 관점을 적용하여 제시문 2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설명하되, 사물의 인식과 관련하여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핵심 요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유추를 인도해 줄 수 있는 다섯 개의 짧은 참고문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되,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글 속에 직접 인용하여야 한다. 과거 출제됐던 문항을 살펴보자.
제시문 1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1780년(정조 4) 청나라 고종의 칠순연(七旬宴)을 축하하기 위하여 파견된 사신 일행의 수행원으로 중국에 다녀온 견문을 기록한 책인『열하일기』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은 그가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면서 느낀 감회를 적은 것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2는 외국의 한 시민교육기관의 자료집에 나와 있는 우화를 각색한 것으로서, 무지의 상태에 놓여 있던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몇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기존의 ‘우물안 개구리’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의미구조를 넘어서 새로운 쟁점들을 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밖에는 언제나 태양(진리)이 떠 있으며 누구라도 동굴 밖으로 나가면 동일한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이 우화에서 밖의 세계는 변화와 모순을 함께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관찰자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계이기도 하다.
위의 두 제시문을 보면 첫 번째 제시문이 ‘보이는 것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두 번째 제시문은 ‘부분적이고도 경험적인 객관성’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핵심은 이들 부분적 진리들을 하나의 체계적 구조로 구성해 냄으로써 부분들 속에 숨겨져 있는 진리의 편린들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완성해 내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조사한 우리 학생들의 논술문 작성 시 문제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슷한 문장으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교훈조의 결론으로 끝을 맺었으며, 독자적인 사고능력 없이 예상문제에 대한 답안을 암기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글의 흐름이 일관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논증력이 형편없음을 보여주었다. 또‘표현력’에서는 구어적 표현, 불분명한 지시대명사의 남발, 띄어쓰기 잘못 등이 대표적인 오류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