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에게 판도라 상자가 된 CCTV
범죄자들에게 판도라 상자가 된 CCTV
  • 주장환 순회특파원
  • 승인 2014.08.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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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사건 등에 결정적 역할
유용성 넘어 오용되지 않도록 주의 기울어야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저화질 CCTV는 범죄예방에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범죄현장의 장면이 고스란히 남겨진 CCTV 기록이 범죄자들에게 판도라 상자가 되고 있다.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체포했다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거짓말은 자칫 검사장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그냥 넘어갈 뻔 했다. 그러나 CCTV는 속이지 못했다.

유벙언 회장은 검거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으나 동선을 파악하는데 일조했다. 유대균 씨를 검거할 때도 CCTV 확인결과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전기와 수돗물 사용이 늘어났던 점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이뿐 아니라 금은방 도둑, 농산물 절도, 노상 강도, 차량사고 등을 비롯해, 무단 쓰레기투기, 노상 방뇨, 전단 살포, 주정차 위반 등 사소한 범법행위까지 속속들이 잡아내고 있어 사고예방은 물론, 범인 검거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수십미터 떨어진 차량의 번호판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고화질 CCTV가 늘고 있는데다 각 지자체는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통합관제센터도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CCTV는 400만 대가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유용한 CCTV이지만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서 엉뚱한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혹은 타인을 감시 혹은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료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빅브라더(big brother)는 발송과 수신을 동시에 하는 텔레스크린과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마이크로폰을 통해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이는 사회 곳곳에 정보원을 심어 놓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경악스러운 사생활 침해의 사례이며 이는 나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끝없는 사랑’에서 정보부 고위직으로 활동하는 박영태(정웅인 분)는 수시로 CCTV를 보면서 사람들을 감시한다. 이렇게 파악한 자료를 국무총리등 국가 주요 인물들을 협박하거나 공갈을 치는데 사용한다. CCTV의 유용성을 나쁘게 사용하고 있는 단적인 예다.

빅브라더는 좋은 의미로는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사용될 경우 매우 심각한 사회통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칼은 잘 쓰면 매우 유용한 물건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된다. CCTV의 유용성과 효용성도 마찬가지다. 문명의 이기를 나쁘게 사용하여 파멸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법적·제도적으로 완벽한 장치를 만들어 CCTV가 오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우리의 의무이며 책임 중 하나다.

주장환 순회특파원  jangwhan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