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12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이문"이라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여모(58)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 대해서는 징역 8월, 김모(55)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날 수의를 입고 출석한 조 전 부사장은 이전 공판에서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과 달리 몸을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든 채 재판을 지켜봐 관심을 끌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법을 문제 삼으며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박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그는 이후 진행된 국토부 조사 전 과정에 여 상무와 함께 개입, 조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최대 쟁점이었던 항공기 항로변경죄를 인정했다.
국내에서 항로변경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운항 중인지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 "안내방송과 좌석벨트등이 켜진 점 등을 통해 출발 준비를 마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출발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도 항공기를 세우라고 한 점, 다른 일등석 승객도 운항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점 등을 볼 때 항공기 항로변경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때문에 24분가량 출발이 지연됐고 다른 항공기 운항을 방해했으며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며 "부사장으로서 승무원 업무배제 및 스케줄 조정 권한이 있더라도 이는 탑승 전 마땅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지휘·감독권을 초월할 수 없다"며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혐의와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폭행도 인정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당시는 박 사무장에게 화가 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박 사무장을 때린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박창진 사무장은 법정 증언에서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할 때 나 역시 맞았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박 사무장의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토부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조사관이 여 상무에게 조사결과를 단순히 누설한 것 외에 조 부사장과 여 상무가 공모해 유리한 조사결과가 나오게 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재판을 지켜보던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가 막바지에 자신이 제출한 반성문을 읽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실형을 선고 받은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분류처우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남부구치소에 수감된다.
앞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