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사이에서 싸움이 났다.
한 여자는 워킹맘이고 나머지 한 여자는 가정주부다. 둘의 싸움 소재는 누리과정 지원 폭이었다.
애초에 재벌이나 서민이나 모두에게 공평한 누리과정 지원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에는 둘 다 동의했다. 어느 선까지 지원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둘은 친한 친구에서 철천지원수로 돌아선 것이다.
가정주부의 입장은 이러하다. 월 소득 300~400만원 이하인 세대만 골라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벌이인 가정은 누리과정 비용을 부담하면 도저히 살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는 게 가정주부의 최종 결론이다.
이에 워킹맘은 발끈했다. 둘이 벌어서 월 소득은 400만원을 조금 선회하는 게 현실이란다. 외벌이 가정은 당장 지원이 끊겨서 맡길 곳이 없으면 집에 데리고 있을 수나 있지만 맞벌이는 그 방법 또한 선택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는 것이다.
둘의 말 모두 틀린 것은 없다. 외벌이와 맞벌이 누구에게나 정부지원은 절실하고 간절하다.
서울·경기를 포함한 7개 시도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한의 예산을 도에서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 온라인에서는 상반되는 입장이 부딪치면서 난리가 났다.
당장 급한 불을 끄게 된 경기도 학부모들은 “감사하다”, “이렇게라도 보낼 수 있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경기도민이라해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무관한 도민들은 뿔이 난 모양새다. 혈세를 왜 엄한데 투입하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7살과 2살 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기자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가 남일 같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애초에 누리과정 비용을 편성했기 때문에 엄마들 사이에서나 온라인 커뮤니티(주부모임)이 조용한 편이지만 길 건너 경기도 커뮤니티는 며칠째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어린이집 원장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한숨이 나왔다. 누리과정 지원중단 문제가 이어지면 교사부터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보육 퀄리티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
출산율이 낮다고 걱정하지 말고 먼저 양육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길 바래본다. 애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되면 당연히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단언해본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