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신년특집 스페셜로 내놓은 ‘엄마의 전쟁’이 연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워킹맘을 조명한 이번 특집은 일하는 엄마를 ‘나쁜 엄마’로 전제하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하는 엄마, 워킹맘인 나로서도 이런 불편한 전제가 달린 방송이 반가울 리가 없다. 이미 수차례 지적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남들보다 한참 늦게 방송을 본 내 소감은 달랐다.
아팠다. 그냥 너무 아팠다. ‘일하는 엄마는 죄인’이라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 늘 뭇매를 맞아왔던 한 사람으로서 동질감이 느껴지는 그 모든 상황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는 방송보다 더 극한 상황을 견디는 워킹맘들이 무수히 많다. 자신의 커리어를 좆는 직장맘들도 있겠지만은 생계형 워킹맘들은 그보다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아직도 대한민국에 널린 열악한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연·월차가 없는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들은 아이가 아플 때 어찌할 바를 모른다. 특히 나라에서 정한 전염병 군에 아이가 감염됐을 때는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이 빚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함께 근무하던 한 여자선배는 양쪽 부모님이 3시간 이상 걸리는 지방에 계셨다. 믿을 곳이라고는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이 전부이던 그 선배의 아이가 어느 날 수족구에 걸렸다.
그 때부터 말 그대로 비상이다. 선배와 남편 둘이서 번갈아가면서 하루씩 월차를 내다가 결국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세 시간 거리의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다음날 아침 뜬 눈으로 출근했다.
그렇게 이틀을 더 근무하고 퇴근과 동시에 세 시간 거리의 친정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아팠던 기억이 난다.
남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만 좆는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일에 미쳐 사는 게 아니라 일에 쫓기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얘기다.
자신의 일이 자랑스럽고 자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보다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생계형 엄마들은 하루를 눈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끔 식당이나 커피숍, 지하철에서 젊은 아가씨들이 워킹맘들을 향해 ‘일이나 하지 애는 왜 낳았냐’고 떠들 땐 당장 속사포 랩이라도 발사해주고 싶어진다.
그런데 나도 그랬다. 20대 초반 어릴 적엔 그렇게 사는 엄마들이 미련해 보였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내가 서 있다.
대한민국 워킹맘들이 병들어가는 것은 이 사회에 정착된 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위의 시선 탓도 크다.
왜 임신 중인 여사원은 승진대상자에서 제외돼야 하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아내가 임신 중인 남자사원도 제외돼야 맞는 것 아닌가?
이렇게 반문했을 때 적어도 여자 입장에서 한번 쯤은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