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네 살배기 어린아이에게 온 힘을 다해 휘두르던 그 몸짓을 사람들은 쉽게 잊기 힘들 것이다.
정확히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수많은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터져 나왔고 세상 사람들은 그 기막힌 사건들에 함께 분노했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사건도 잊혀져가고 있던 무렵,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할 소식이 들렸다.
지난주 경주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 8명을 학대하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이었다. 그 사건과 함께 흘러나온 CCTV 영상을 보고는 입술이 타들어가는 느낌뿐이었다. 경찰이 CCTV 한 달 치를 분석한 결과 학대한 아동만 8명이었다.
아이를 꼬집는가 하면, 두 다리로 몸을 감아 온몸을 결박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여자아이에게는 밥이 담긴 식판은 줘놓고 수저를 지급하지 않은 채 20여 분간 구경만 하게 했다.
보다 못한 아이가 배고픔에 식판에 입을 대자 냉정하게 식판을 치워버리는 모습에는 내 심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고작 네다섯 살의 어린 아이었다. 그 아이가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그 아이가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날의 훈계는 지독했다.
7살 난 큰 아이에게 다이어트를 권유한 적 있다. 다행히 아이가 내 말을 이해한 듯 노력해보겠다고 약속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린이집에서 생긴 일이다.
선생님이 초콜릿을 나눠 주길래 귓속말로 다이어트해야 해서 안 먹겠다고 했단다. 그걸 들은 한 친구가 큰 소리로 그 말을 유포했고 그것이 고스란히 아이 가슴에 생채기를 낸 모양이었다.
다행히 선생님의 중재로 초콜릿을 나눠 먹었다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있긴 했지만 남들 다 먹을 때 혼자 먹지 못하는 그 상황이 아이에겐 무척이나 가슴시린 상황이 됐었다는 것이다.
자의로 먹지 않는다 했어도 생채기가 났다는데 타의로 먹지 못하는 그 어린 아이는 얼마나 그 상황이 슬펐을까? 그리고 그 모습을 CCTV로 보게 된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CCTV, 그것은 부모에게 안심할 수 있는 끈이자 넘으면 안 될 선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 선을 넘었을 때 펼쳐지는 상황이 뉴스에서나 볼법한 장면일까봐 두려운 엄마들도 무수히 많다. 그래서 선뜻 확인하기가 겁난다.
그렇지만 CCTV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도 무척이나 많다. 확인하려면 경찰 입회하에 공개하겠다는 원이 수두룩하다. CCTV가 의무화된 상황에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보다 먼저는 교사들의 행동과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 다음에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부디 ‘어린이집 원아 폭행’ 등의 기사를 다루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