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자들의 숙적같은 길고 긴 명절이 끝났다. 올해는 토요일부터 시작된 주말을 포함해 대체공휴일까지 5일간의 연휴가 주어진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고향방문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나 역시도 연중행사로 찾는 시댁이 있는 먼 지방을 내려가기 위해 대중교통 수단을 찾다가 결국 가장 비싸다는 항공편을 이용하게 됐다. 좁디좁은 나라에서 평일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8시간 이상 쏟으며 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만 타면 울어대는 둘째 녀석을 떼놓고 갈 수는 없는데다가 기차표는 진작 매진이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었다하면 맞겠다.
그런데 그마저도 본격 연휴기간에는 이미 다 매진. 금요일 월차를 내고 아침 비행기를 이용해 내려가서 세 밤을 자고 설당일 날 오전에 오는 노선을 택했다.
설당일 날 서울에 와서 친정에 들렀다가 출근해야 하니까 어차피 쉴 수 있는 시간은 없다.
대체공휴일 아침 아이 둘을 남편에게 맡기고 출근하는데 발걸음이 참 무겁다. 신문쟁이들은 항상 남들보다 먼저 쉬고 먼저 일한다. 하루를 먼저 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공휴일 전날 쉬고 공휴일에는 일하는 것이 업계 특성인 만큼 나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데도 아직 아이들에게는 불편하고 속상한가보다.
친구들은 설 연휴에 동물원이나 놀이공원, 영화관람 등을 한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아이를 등지고 출근했다.
그런데 출근해서보니 출산하고 복직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의 콧등이 빨갛다. 어디선가 엉엉 울었나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어 이유를 물었다.
이유인즉슨 대체공휴일이라 어린이집은 쉬는데 남편도, 본인도 출근을 해야 하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주말에만 채용하는 베이비시터가 있어서 당연히 그쪽만 믿고 있었는데 전날 문자메시지로 설 연휴라 못 간다는 통보만 왔단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방법이 없어 결국은 친정엄마가 가게를 하루 닫고 2시간 거리의 딸집에 아이를 봐주러 오셨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답답했던 가슴이 더 꽉 조여 오는 것 같았다. 누구를 위한 대체공휴일일까?
우리나라 대체공휴일은 관공서에만 해당되고 관공서 이외의 기업은 재량에 의해 정해지게 돼 있다.
우리야 업계 특성이 짙다 해도 소규모 회사에 다니는 부부들이 다 출근해야 하면 아이보육은 어째야 한다는 말인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든 조건은 너무나도 여러 군데 산재해 있다.
그렇다고 대체공휴일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하루치 급여는 줘야하는데 법적으로 쉬게 하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그래도 일반 서민들이 당장 발 동동 구르지 않도록 대안이 생겨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어린이집에서, 관공서에서, 정부에서 나 몰라라 한다면 서민들의 눈물은 마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