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사실상 시작됐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너무 일찍 레임덕이 찾아와 국정 장악력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너무 일찍 레임덕이 오는 것은 대통령 자신은 물론 경제위기와 안보위협이 몰려오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에게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사실상 박 대통령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됐다는데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야당이나 정적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한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고 또 충성을 다했던 사람들에 의해 ‘배신(?)’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그를 버렸다.
물론 대통령 후보시절 ‘경제민주화’를 정책의 제1의 목표로 설정했으며 국민들에게도 이를 약속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를 강력히 추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지난 3년간 이와는 반대로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지속해 왔다. 이로 인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
버림받았던 김종인씨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추대돼 ‘박근혜정부의 경제실패’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재를 중용하지 않은 것은 최고 권력자의 고유한 통치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인재를 야당에게 내어줄 정도로 소외시킨 것은 잘못이란 평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은 2005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원조 ‘친박’이다. 유승민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문제는 유승민 의원이 간신배가 아니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가 ‘새로운 진박’과 갈등을 빚었다 해도 거기에는 나름대로 정치인으로서의 소신과 국민의 바람이 있었다. 그를 원내대표직에서 쫓아내고 공천조차 받지 못할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소신과 충언을 배신의 정치로 징치(懲治)한 것은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덕목이라고, 박 대통령의 안방인 대구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 의원이 그를 따르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진박’이 계속 그를 핍박하면 그는 야당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한때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다. 그런데 ‘새로운 진박’이 당 대표인 그에게 갖은 수모를 다 주었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안다. 결국 그는 ‘옥쇄파동’을 일으키면서 박 대통령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진영 의원도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한 ‘원조 친박’이다. 그는 공천에서 배제되자 아예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서 서울의 용산에서 박근혜정부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이처럼 4.13총선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들이었던 김종인, 김무성, 유승민, 진영 의원이 모두 레임덕에 앞장을 서고 있거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분들은 모두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인재중의 인재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로 미뤄 보면 문제는 ‘소통의 부재’인 것 같다.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자기 비서관 출신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정치력으로서는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며 이는 곧 국민들의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새로운 진박’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부터 ‘간신배’라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하면 이들의 발호는 정말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국민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그녀의 그늘을 떠나지 않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불러들여 극적인 대화합을 통해 이들을 중용함으로써, 잔여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이해청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