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의 만행을 대변하는 피해자이며 우리 국민들의 슬픔이고 아픔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들을 두 번이나 유린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일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 측이 보상금 조의 예산 10억엔을 지불하고, 한국정부가 이를 통해 생존자에게 1억 원, 사망자에 2000만원을 지급하는 피해자 지원사업을 수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길원옥(89) 할머니는 정부의 자금 지원 방침에 대해 “100억이고 1000억이고 사죄부터 받아야 한다”며 “우리가 그깟 위로금 받겠다고 그러는 게 아니다”라는 뜻을 밝혔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부가 괴롭히고 있다”며 “차라리 정부가 손을 떼는 게 낫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대로 싸울 것이다. 어떻게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 없이 1억원 받고 끝낼 수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이렇게 할머니들을 괴롭힌 건 처음”이라고 비판하면서 “우리가 지금 일본과 싸우고 있는 것은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게 아니다. 당당하게 자기네들이 한 짓이라고 바른 말로 해 주면 우리도 이해를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모두 해방이 됐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해방이 오지 않았다”며 “독재 때는 말 한마디 못하고 속만 앓다가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정부의 결정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심으로 우러난 마음으로 우리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법적으로 배상하라고 지금 우리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정부는 서울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설치돼 있는 소녀상의 조기 철거를 위해 한국 측에 대한 촉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주기로 한 돈 10억엔을 주게 됐으니 이제 한국 측이 약속한 소녀상을 철거하는 일만 남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입장을 우리정부가 거들고 있다. 정부 관련자 들이 지방에 있는 할머니들을 접촉해서 “협조를 해달라”고 회유하고 압박하는 폭력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국민소득은 29위의 경제 강국이다. 그런데 현실은 10억엔에 자국의 국민들을 팔아먹는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일본군의 피해자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는 국가는 이 지구상에 없다.
물론 국가 간 외교적인 관계로 과거사 문제를 유일무이한 외교의 전제조건으로 봐서는 안 된다. 외교 현실에 맞춰 변화하고, 눈높이를 조정하고, 그래도 어려우면 국면 전환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개인이 침략으로 인한 처절한 유린에 대한 용서는 철저하게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무슨 권리로 이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지원금 10억엔을 배상금이라며 일본정부도 하지 않는 매국적 행위를 자행하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차라리 민간단체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맡기고 이제라도 손을 떼는 게 낫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것에 왠지 씁쓸하고 분노가 치민다.
정부는 더 이상 25년간 노력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진정성을 회손 하며 핍박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한·일 관계의 정상화 조건으로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조하며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오지 않았는가.
부디 정부가 일본이 지불한 10억 엔의 본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배상금이 아님을 천명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배상익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