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폐암신약 늑장 공시 의혹 일파만파
한미약품 폐암신약 늑장 공시 의혹 일파만파
  • 김흥수·문경림 기자
  • 승인 2016.10.03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재 터진 지난달 30일 공매도량 평소보다 20배 달해
금융당국·한국거래소 공동 대응… "위법시 상응 조처"
식약처, 안전조치 필요 여부·후속 조치 등 내일 논의
▲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재료를 '늑장 공시' 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미약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은 공동대응에 나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식약처는 한미약품의 항암치료 신약 '올리타'의 앞날을 논의한다.

한미약품 측은 일부 부작용에도 개발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신규 암 환자에 대한 임상 시험이 금지되는 등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지난 2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한미약품 공시의 적정성 및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미약품 주가 동향 등에 대한 거래소의 심리 결과를 받는 대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조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을 주축으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과 거래소의 공조 체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를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주가변동과 지연 공시의 연관성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거래소는 이와 별도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호재 공시 뒤에 나온 한미약품의 악재 공시로 주가가 출렁인 것과 관련해 내부자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악재 공시가 뜨기 전인 장 개시 후 30분 동안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공매도를 쳐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공정고시 규정 위반으로 드러나면 한미약품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또 최대 1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벌점을 받게 된다. 벌점이 1년간 15점이 넘는 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었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갑작스러운 악재 공시에 투매성 물량이 쏟아져 나와 이날 주가는 18.06% 추락한 채 마감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 1조1687억원이 증발했다.

특히 악재 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알렸던 터라 30일 개장 직후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였다면 하루 만에 최대 원금의 4분의 1 정도를 날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다.

이날 개인은 2101억원어치 사들였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037억원과 74억원어치 팔아 치웠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재식 한미약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해 2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약 개발 계약 파기는 거래소 야근 당직자가 처리하기 어려운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해 이튿날 거래소를 방문해 거래소 공시 담당자와 협의 후 공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상장사는 거래소에 찾아오지 않고 회사에서 공시시스템에 접속해 공시를 올릴 수 있다"며 "공시는 마감 시간이 따로 없어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든 '올빼미 공시'가 가능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한미약품
한편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포기하고 권리를 반납한 한미약품의 내성 표적 폐암 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의 운명이 내일 결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전문가로 구성된 의약품 전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올리타정와 중증 이상 반응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추가 안전조치 필요 여부를 논의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중앙약심은 올무티닙을 투약한 환자 중 독성 표피 괴사 용해(TEN) 2건,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1건 등 중증 이상 반응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중 올무티닙으로 인한 사망은 독성표피괴사용해 이상 반응 1명이다. 스티븐슨존슨증후군 환자는 갖고 있던 폐렴의 진행에 따라 사망했다.

당시 식약처는 신규 환자의 경우 올무티닙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동시에 이미 사용 중인 환자는 의료인 판단 아래 신중하게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임상에 참여 중인 환자에게는 의료인이 관련 정보를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의 재동의를 거쳐 신중하게 사용하도록 조치했다.

한미약품은 갑작스러운 기술수출 계약 해지, 중증 이상 반응 발생 등으로 올무티닙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부작용 자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지웅 연구개발(R&D) 총괄 부사장은 "해당 이상 반응의 경우 이미 허가된 약제에서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사망 등의 이상 반응이 발생해도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환자들에게 주는 치료 이득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이상 반응이 있더라도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임상 2상 시험까지는 직접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최종 상업화에 필요한 임상 3상을 위해서는 조 단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는 한 상업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보다 1~2년 정도 출시가 늦어질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도 베링거인겔하임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임상 3상을 진행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려 기술 권리 반환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팽배하다.

국산 27호 신약이자 한미약품의 첫 혁신 신약인 올무티닙은 올해 5월에는 식약처의 신속 심사 제도를 통해 국내 판매 허가도 받았다. 국내 의약품명은 '올리타'다.

한 대형병원 교수는 "임상 2상에서 심각한 피부 독성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 개발이 중단된 만큼 어느 전문의도 환자를 대상으로 올무타닙으로 임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신속 심사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김흥수·문경림 기자 saxofone@shinailbo.co.kr, rgmoon@shinailbo.co.kr